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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만 5명, 한국남자농구의 `슬픈 현실`
입력 2013-07-15 11:34  | 수정 2013-07-15 11:40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만수 유재학 감독이 파격적인 남자농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12명을 확정했다. 이승준(원주 동부)의 최종 발탁은 예상된 결과였지만, 대학생 문성곤(고려대 2년)과 최준용(연세대 1년)의 선발은 의외다.
프로선수를 뒤로 하고 대학생 아마추어 선수 5명을 선발해야 하는 한국남자농구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대한농구협회는 오는 8월1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할 대표팀 12명의 최종 엔트리를 15일 발표했다. 프로 및 상무 소속 선수들이 7명, 대학생이 5명으로 구성됐다.
유 감독은 윌리엄존스컵 이후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14일 끝난 존스컵 직후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의외의 깜짝 재구성이다.

최대 관심은 이승준과 문태영(울산 모비스)의 경쟁이었다. FIBA 규정상 귀화선수는 한 명밖에 못 뛴다. 유 감독의 선택은 공격형 포워드 문태영이 아닌 높이와 경험이 풍부한 이승준이었다.
존스컵에 앞서 이미 무게 중심을 이승준 쪽으로 두고 있던 유 감독은 이란과 대만의 경기에 패하면서 높이의 한계를 절감했다. 해결사 역할을 해내지 못한 문태영이 아닌 이승준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유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승준의 전술 이해도도 높았고, ‘태극마크만 달면 펄펄 나는 이승준의 적극성과 근성도 한 몫했다.
이번 최종 엔트리 발표 결과 가장 놀라운 사실은 대학생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최종 합류 가능성이 예고됐던 김종규 김민구(이상 경희대 4년) 이종현(고려대 1년)을 포함해 문성곤과 최준용이 깜짝 선발됐다.
유 감독은 왜 문성곤과 최준용을 선발하는 모험수를 뒀을까.
일단 문성곤은 어느 정도 예상된 카드였다. 유 감독은 존스컵 이후 가드진 6명을 아시아선수권까지 그대로 데리고 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존스컵 엔트리에는 포워드에 윤호영(상무)과 문태영 뿐이었다. 공격형 포워드의 부재와 포지션 불균형이 극심했다.
유 감독이 내린 결론은 포워드 보강이었다. 15명의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다가 존스컵을 앞두고 낙방했던 문성곤은 장래성이 밝은 195cm의 장신 슈터 유망주다. 이번 존스컵에서 슈터로서 제 역할을 한 선수는 조성민(부산 KT) 한 명뿐이었다. 장거리 슈팅 능력이 뛰어난 문성곤은 히든카드인 셈이다. 유 감독은 상대에게 노출되지 않은 문성곤은 폭발적인 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재발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슈터 부재에 대한 고민을 덜어낼 수 있는 기대주다.
최준용은 예상하지 못했던 최종 합류다. 과연 그럴까. 유 감독은 이미 예비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부터 최준용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지난해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눈여겨 본 선수이기도 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표팀 예비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불만도 있었다. 유 감독이 최준용을 대표팀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족저근막염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 소집에 불참했다. 물론 최준용의 의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준용은 지난 2013 19세 이하 세계남자농구선수권에 참가해 맹활약했다.
유 감독은 최준용의 가능성을 보고 발탁을 하려고 했는데, 부상 때문에 못 뛴다고 하더라. 그런데 버젓이 19세 이하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생각했다. 나중에라도 가능하다면 합류시킬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감독의 최준용 선발 배경이다.
최준용은 장점이 많은 포워드다. 202cm의 장신에 내‧외곽 능력을 모두 갖췄다. 개인기와 운동능력도 출중하다. 국제무대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아 문성곤과 함께 히든카드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대학생 5명이 대거 포함된 이유는 올해 아시아선수권 뿐 아니라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발탁이기도 하다.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발굴해 국제무대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유 감독은 남자농구의 세대교체는 지금 시작됐다”고 했다.
대표팀은 17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최종 담금질에 들어간다. 유 감독은 존스컵 기간 동안 일찌감치 선수 구성을 마친 상태다. 부상으로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이종현과 새로 합류한 문성곤, 최준용이 대표팀에 얼마나 빨리 녹아들 수 있을지가 이번 대표팀의 최대 관건이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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