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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그 날 그 빗속에서, ‘보컬神’ 이승철을 만났다
입력 2013-07-15 10:52  | 수정 2013-07-15 10:55

‘보컬의 신(神). 흔히 노래 잘 하는 가수 앞에 붙는 이 수식어는 당분간 아무데나 사용하지 못할 듯 싶다. 진정한 ‘보컬의 신을 만나봤다면 말이다.
가수 이승철(47)이 12, 13일 이틀간 서울 용산구 소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정규 11집 발매 기념 전국 투어 라이브 콘서트 ‘비치 보이스(Beach Voice)를 열고 1만 2천 여 팬들과 만났다.
치열한 예매전을 뚫고 티켓을 쟁취했을 당시만 해도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추억에 젖는 감성 콘서트를 예상했을 지 모를 일이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특히 첫 날 공연엔 야심차게 준비한 물폭탄마저 무색해질 정도로 강한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젖은 발이 대수랴. 어느 때보다 열정으로 가득한 그의 무대에 공연 초반, 이른바 ‘관람 자세를 풀지 않던 중년의 관객들도 어느 순간부턴가 ‘우비소년소녀가 돼 일제히 기립, 방방 뛰며 잊지 못할 시간을 함께 즐겼다.

화려한 수중 댄스에 이어 물폭탄으로 ‘비치 보이스의 포문을 연 이승철은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잊었니에 이어 신곡 ‘사랑하고 싶은 날까지 세대 초월 명곡을 차례로 선보이며 명불허전 보컬리스트의 포효를 시작했다.
정규 11집이 음반 시장 불황 및 조용필, 싸이 외 다수 인기 아이돌들의 공습 가운데서도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이번 공연에서 이승철은 ‘가까이 와봐, ‘비치 보이스, ‘40분 차를 타야해, ‘마이 러브, ‘Run Way, ‘늦장 부리고 싶어 등 젊은 감성이 돋보이는 다수의 신곡을 선보였다.
‘마지막 콘서트, ‘희야 ‘를 통해서는 목소리 그리고 노래로 이야기하는 ‘보컬신의 위엄을 보여줬다. 또 ‘그 사람(‘제빵왕 김탁구 OST), ‘인연(‘불새 OST), ‘듣고 있나요(‘에덴의 동쪽 OST) 등 다수의 드라마에 수록된 명곡을 선보이며 ‘OST 제왕의 위상을 드러냈다.
그런가하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방황, ‘긴 하루, ‘손톱이 빠져서 등의 떼창에 이어 ‘네버 엔딩 스토리에서 등장한 이름 구호에는 쑥스러운지 피식 미소를 짓는 청순함(!)까지 보여줬다.
한창 내달린 공연은 후반부로 치달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지칠 줄 몰랐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렬하게 폭발했다. 6천 팬들의 함성은 내일 모레 ‘50 이승철에게 자양강장제 혹은 에너지드링크 그 이상의 힘으로 작용했나보다.
‘소녀시대, ‘소리쳐, ‘아마추어에 이어 11집 타이틀곡 ‘마이 러브를 선보인 이승철은 앞으로도 더 좋은 노래로 소통하겠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앙코르곡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와 ‘샴푸의 요정을 끝으로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꾸물꾸물 습기를 머금고 있던 먹구름은 마치 그의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공연이 마무리된 뒤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승철은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꽤 오랫동안 무대 주위 객석의 팬들과 포토타임을 갖고 일일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God of Vocal. 데뷔 27년차 명가수 이승철의 자신감이자 자부심의 표현인 이 당당한 문구에도, 그의 쉼 없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만들어준 팬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그의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멜로디는 그 자체로 현재 진행형의 추억이다. 한국 대중가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무쪼록 그의 안녕과 건강을 빌며, ‘90도 인사로 화답해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루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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