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전 국가대표 포수 홍성흔이 포수 미트를 잡았다. 곧 선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신예 우완투수 유창준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우천취소 된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IA-두산전을 앞두고 1루 불펜쪽에서는 묘한 광경이 벌어졌다. 바로 홍성흔이 포수 미트를 끼고 투수의 공을 받은 것.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가운데, 공을 던지는 유창준과 불펜포수 홍성흔의 조합이라는 진풍경이었다.
전 국가대표 포수 홍성흔이 불펜 포수로 깜짝 변신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본인의 훈련을 모두 마치고 공을 던지기 시작한 유창준을 지켜보던 홍성흔이 갑자기 나섰다. 홍성흔은 내가 그래도 왕년에는 국가대표 포수였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불펜 포수 미트를 대신 끼고 자리에 앉았다. 유니폼만 입고 포수 장비는 착용도 하지 않은채로였다.
실로 오랜만에 끼는 포수미트였지만 자세는 진지했다. 하지만 이내 특유의 익살스러운 파이팅이 나왔다. 홍성흔은 유창준의 공을 받으며 좋다 좋아, 옳지 옳아”를 연발하며 유창준의 기 살리기에 나섰다. 홍성흔은 너 정말 공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어와서 한 번 던져보라 혹은 ‘팔로 스윙을 때려라며 베테랑 포수출신으로서의 실질적인 조언을 보태기도 했다.
사실 이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올 시즌 홍성흔은 종종 포수 미트를 끼고 불펜 포수로 변신해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고는 했다. 1구, 1구에 기합을 넣으며 유창준의 30구 정도를 받은 홍성흔은 끝까지 유창준에게 힘을 불어넣으며 팀의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했다. 훈련까지 마치고 습한 날씨에 오랜만에 공을 받은 홍성흔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그 땀은 첫 1군 선발 데뷔를 앞두고 떨리는 마음일 후배의 기운을 북돋워 주기 위한 선배의 마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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