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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여우고개의 비극… 의심과 증거 사이
입력 2013-07-13 21:46 

13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의심과 정황 증거뿐인 사건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인지 그릴 예정이다.
2013년 4월, 112에 신고 전화가 한 통이 걸려왔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여우고개 부근, 흙 사이로 사람의 다리로 추정되는 물체가 묻혀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출동해 흙을 파내기 시작했고 곧 들짐승에 의해 왼쪽 다리가 훼손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신원확인 결과, 피해자는 지난 2012년 12월 어느 겨울날 서울에서 실종됐던 남성 김석준 씨(가명)였다.
13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의심과 정황 증거뿐인 사건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인지 그릴 예정이다. 사진=SBS
서울에서 실종돼 4개월 뒤에야 파주에서 발견된 김 씨. 2012년 12월 15일, 작은아들의 출근을 배웅하는 모습이 찍힌 CCTV를 마지막으로 그는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김 씨가 실종되던 날 CCTV에 또 다른 수상한 장면이 포착됐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큰 여행용 가방을 끌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얼마 후 9층에서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른 그 남자는 전보다 훨씬 무거워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두 손으로 밀며 1층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실종자 주변에 대한 탐문수사 후 김 씨의 큰아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가족의 증언으로는, 큰아들은 피해자 김 씨와 금전관계 등 여러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김 씨가 실종되기 전에도 종종 아버지의 집에 찾아와서 협박을 일삼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경찰은 큰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없었다. 사체도,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범행에 쓰인 도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의 끈질긴 추궁에도 큰아들은 끝내 혐의를 부인했다.
영구미제로 남는 듯 했던 사건. 하지만 실종자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이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큰 조각, 진실의 열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시신 곁에선 큰아들의 행적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인 영화관 카드 영수증이 나왔다. 묻혀버릴 뻔 했던 진실은 이제 들어날 수 있을까. 그 날 큰아들이 본 영화는 ‘내가 살인범이다이었다.
범죄가 점점 지능화되어감에 따라 간접 증거만 있는 강력범죄가 많아지고 있다. 정교한 완전범죄의 시나리오 속에서 직접 증거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수사기관, 사법기관의 판단은 더 어려워진다. 재판만 5번을 했던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서처럼, 물적 증거가 없을 때 무엇이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의심과 정황 증거 뿐인 사건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치밀한 범죄자에겐 그에 맞는 죗값을 치르게 하고, 1%의 가능성으로 억울하게 의심받는 피고인에게는 누명을 벗길 장치가 있어야 한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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