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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국, SK의 ‘진짜 천적’…16⅓이닝 무실점 ‘괴력’
입력 2013-07-13 20:40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선발 투수 류제국이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무실점 본능을 이어갔다. SK의 진짜 천적은 LG가 아닌 류제국이었다.
류제국은 전날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등판이 하루 연기됐다. 13일 문학 SK전에 앞서 만난 류제국은 하루 쉬니까 더 좋다. 등판이 연기된다고 해서 별로 신경쓰는 성격도 아니다”라고 개의치 않았다. 이어 SK전 무실점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살며시 미소만 지었을 뿐이었다.
1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LG 선발 류제국이 1회말 2사 만루 SK 박진만의 내야 뜬공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미소의 의미는 6회가 끝났을 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류제국이 SK전 16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앞선 두 경기에서 10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류제국은 이날 5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을 기록하며 단 한 명의 주자도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SK전 평균자책점 0.00은 변함이 없었다. 류제국은 팀이 8-0으로 앞선 7회초 103개의 공을 뿌린 뒤 마운드를 내려가 시즌 4승(1패) 가능성을 높였다.
류제국은 1회부터 4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집중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주자가 있어도 불안하지 않는 류제국만의 매력이었다.

류제국은 1회부터 최대 위기를 맞았다. 1사 이후 조동화와 최정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1, 3루에 주자를 보냈다. 이어 맞은 최정의 도루와 박정권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 류제국은 역시 위기에 강했다. 한동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박진만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해 실점 없이 만루 위기를 넘겼다.
류제국은 2회에도 안타 없이 몸에 맞는 공과 3루수 실책으로 2사 1, 2루 상황에 처했지만, 조동화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3회 역시 최정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도루로 2루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4회는 기막힌 호수비가 류제국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류제국은 2사 1, 2루서 조동화에게 마운드를 스치는 안타성 타구를 맞았다. 하지만 2루수 손주인이 공을 낚아채 유격수 권용관에게 그림 같은 송구로 연결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최정 타순을 앞두고 손주인과 권용관이 만든 환상적인 합작품이었다.
이병규(9번)의 쐐기 2타점으로 4-0으로 앞선 5회 류제국도 힘을 더했다. 이날 첫 삼자범퇴 이닝 처리. SK 중심타선을 상대로 삼진 2개를 묶어 깔끔하게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어 LG는 정성훈의 투런포까지 폭발하며 추가 4점을 더 뽑아 8-0으로 달아났고, 류제국은 6회 역시 안타 하나만 내주고 세 타자를 뜬공으로 처리해 시즌 4승을 눈앞에 뒀다.
이날 류제국의 체인지업은 일품이었다. 꺾이는 각과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휘어지는 체인지업은 SK 타선을 4안타로 침묵시켰다. 류제국은 경기 전 미소보다 환한 웃음을 보인 채 정현욱에게 마운드를 맡기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1패 뒤 되찾은 승리를 부르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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