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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진드기` 김지수, LG `봉의사`를 무너뜨리다
입력 2013-07-06 10:22  | 수정 2013-07-06 12:34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넥센 히어로즈에서 또 한 명의 진주가 발견됐다. 5일 LG 트윈스전 역전승의 일등공신은 4안타의 문우람도, 동점홈런의 박병호도 아니었다. 결정적인 순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무명의 김지수(27)였다.
김지수는 5일 목동 LG전에서 8회말 대타로 나섰다. 올 시즌 첫 타석에 선 김지수는 끈질긴 근성으로 상대 투수의 집중력을 흐려놓았고 이를 팀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김지수는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타석에 나섰다. 김지수는 동점이던 8회말 끈질긴 근성으로 상대 투수의 집중력을 흐려놓았고 이를 팀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9-9로 맞선 8회말 2사 만루상황에서 넥센 전광판에는 9번 타순에 투수 한현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든 타자들의 기용이 끝났다고 판단할 찰라, 9번 타자의 이름이 김지수로 바뀌었다.
이름 마저 생소한 타자의 등장에 관중석에선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올해 1군 첫 타석에 나선 김지수의 상대는 LG의 ‘철벽 마무리 봉중근이었다. 승부는 뻔해 보였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전혀 예상밖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지수는 봉중근에게서 4개의 파울 타구로 흐름을 빼앗으며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김지수는 7구째 볼을 참아냈고 이후 봉중근은 2루 주자 강정호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이때 봉중근의 공은 2루수 손주인에게 정확하게 잡혔으나 이미 넥센의 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달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삼중도루를 성공시키며 역전 득점을 올렸다.
이후 김지수는 3번의 추가 파울 타구로 봉중근의 얼을 빼놓더니 끝내 볼넷으로 출루해 또 한 번의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오윤의 2타점 적시타로 승리의 쇄기를 박았다.
김지수는 서울 중앙고와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9년 2차 전체 35번으로 넥센에 지명됐다. 만년 2군 선수로 활동하다 2011년 경찰청 복무를 마친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이날 경기 후 김지수는 나는 한 게 없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타석에 섰을 땐 사뭇 진지했다는 김지수는 형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었고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또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이판사판이었다”며 절대 삼진 당하기는 싫었다”는 솔직하고도 절실하게 당시 심리상태에 대해 털어놓았다.
풀카운트 승부는 내심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초구를 거른 후 안정을 찾은 김지수는 은근히 끝내기 안타를 바랐다. 하지만 홈스틸을 감행하는 유재신의 도루에 역전을 확신했고 누구보다도 큰 모션으로 세이프를 외쳤다.
김지수는 타자였기 때문에 (염경엽) 감독님의 주루 지시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3루 주자 (유)재신이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팀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뻐했다.
지난 6월 29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김지수다. 기회를 얻은 김지수는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1군에 합류했다.
1군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2군(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이 살아난 상태였다. 하지만 1주일 동안 타석에 나서지 못해 좋았던 타격감을 보장할 순 없었다”고 말한 김지수는 욕심낸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입대하기 전에도 1군 경험이 있었으니 그 기억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지수는 팀이 중요한 시기일 때보다 뒤쳐진 상태에서 대타자, 대수비 혹은 대주자로 나설텐데 이때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주전 경쟁보다는 필요할 때 나설 수 있는 믿음 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넥센은 이 경기에서 8회말 박병호의 동점 투런 홈런을 포함해 5득점을 추가하며 LG에 12-10으로 승리했다.
[gioia@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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