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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사과해야할, 실망도 사치인 대전시티즌
입력 2013-07-03 21:25  | 수정 2013-07-03 21:40

[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임성일 기자] 실망이라는 단어는 기대와 맞물리는 감정이다. 전혀 기대하는 바가 없는 상황에서는 실망도 없는 법이다. 따라서, 실망스럽지도 않다는 것은 최악의 평가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을 상대하던 대전의 경기는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원정 서포터석을 채워준 4~50명 남짓한 대전 서포터들을 감안한 단어다. 그들이 없었다면, 실망스럽지도 않을 경기력이었다. 대전은, 최악이었다.
대전시티즌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패배가 문제가 아니다. 상대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원정까지 함께 한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심각하게 짚을 일이다. 사진(수원)= 옥영화 기자
수원이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경기에서 3-1으로 승리를 거뒀다. 스코어나 내용이나 완승이었으나 그리 신나지 않았다. 대전 탓이다.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대전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어떻게든 승점 1점이라도 챙겨가고 싶었을 것이다. 성적에 따른 추측이라면 미안하나, 경기 시작부터 너무도 강하게 느껴졌다. 수비를 두텁게 세우고 공격을 자제하는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혀 ‘전의를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기력했다. 전반 시작부터 그들은 의지가 없었다. 최전방 정성훈을 제외하고는 섣불리 올라올 생각을 안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를 인정하는 팀이 최대한 안정적으로 ‘지지 않는 전술을 들고 나오는 것은 그리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수비는 분명 축구의 축이다. 하지만 대전은 수비도 열과 성을 다하지도 않았다.
전반 24분 자책골, 29분 정대세의 추가골, 그리고 31분 스테보의 덧붙임까지, 3골이나 허용하고도 대전은 덤덤했다. 의지의 문제였다. 대전은 심지어 하프타임을 이용해 벤치워머들이 필드에 나와 제대로 연습도 하지 않았다.
‘의지라는 부분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열심히 했다. 다만 역부족이었다”라고 말한다면 딱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전의 경기력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수비수들은 최선이 보이지 않았고 공격수들도 악착같은 면이 없었다. 놀랍게도, 실점을 해도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오른편에 있던 대전 원정 팬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실망스러운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하프타임 때 만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은 법이다. 후반 26분 주앙 파울로가 만회골을 넣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한 것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도, 어떤 종기가 안에 있다고 한들 이렇게 티를 낸다면 너무도 심각한 일이다. 대전은 승점을 얻어가지 못하면 그만이었겠으나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평일 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K리그에 대한 실망감만 가져갔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후반 시작과 함께 대전 선수들의 발은 필드에 붙어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90분이 그리도 길 수 없었다. 대전시티즌은 진심으로 팬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을 경기다. 그들은 프로가 아니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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