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美3D애니 ‘에픽’, 한국인 손에 만들어졌다
입력 2013-07-03 08:04 

3D 애니메이션 ‘에픽-숲속의 전설은 미국 제작사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야심작이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로 전세계 28억만 달러, ‘리오로 4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이름을 알린 블루스카이는 프리프로덕션까지 10년을 기획한 이 신작을 오는 8월7일 한국에 소개한다.
국내 개봉에 앞서 영화 작업에 참여하며 공을 들인 이상준(42)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과 성지연(36) 라이팅 슈퍼바이저가 한국을 찾았다. 성 슈퍼바이저는 2003년부터 10년을 블루스카이에서 일한 베테랑. 쉽게 말해 애니메이션 때깔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이 디자이너도 ‘스타워즈에 참여하며 루카스필름에서 6년을 일하다 블루스카이로 옮겨 8년 정도 일했다. 작품이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기 전 캐릭터나 콘셉트 디자인, 전체 이야기 흐름 등을 책임진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전체 580여명 직원 가운데 높은 직책에 있는 이들 2명을 비롯해 한국인 10명 정도가 이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신비로운 숲의 세계에 우연히 빠져든 소녀 엠케이가 숲의 전사들과 함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이들에 맞서 대결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에픽-숲속의 전설을 자랑했다.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이 디자이너는 숲속 전사 리프맨의 갑옷과 헬멧을 신라시대 화랑의 느낌이 나도록 만든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루카스 필름에 있을 때 어느 분이 자기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각 작품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걸 절대 잊지 못해요. 무엇을 하던 자기 문화를 접목하고 알려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대단한 말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무엇이든 한국적인 정서와 긍지가 녹아 들어가게끔 작업하고 있어요.”
성 슈퍼바이저는 ‘아이스 에이지나 ‘리오에 코미디적인 부분은 떨어지지만 실사처럼 보이도록 충실히 작업한 영화”라며 아시아 나라에서는 세심하고 세밀한 부분에 관심이 많으니 한국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한다”고 짐작했다.

‘에픽-숲속의 전설은 많은 공을 들였다.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장면은 1프레임당 100시간 작업을 했다. 해당 장면에 1000프레임이 사용됐으니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은 하나의 예다.
두 사람은 할리우드와 한국의 애니메이션 업계를 비교, 한국 애니메이션업계를 향한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미국은 기획 단계를 오래 거쳐요. 많은 준비를 하고 실행하죠. 미래를 바라보고 기획이나 구상을 하는 게 한국과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몇백 명을 모아놓고 한 영화를 만들 수 없어요. 미국은 길게 보고 작업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회사 생명력이 길어질 수 있죠.”(성지연)
영화 역사하면 미국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노하우나 기술들이 장인정신처럼 후대에 전달돼요. 개개인들은 실력을 높이려고 노력을 하죠. 미국은 사람 뽑을 때 키워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해요. 지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년 동안 회사에서 어떻게 변할지도 기대하고 있죠. 달리 말하면 돈이 있으니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게 이 업계의 전력이 아닌가 해요. 한국은 예산이 적으니 미흡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 애니메이션 관계자와 얘기하면 좋은 인력이 많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 쪽으로 가고 애니메이션 분야로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현실적인 문제에요.”(이상준)
김지운ㆍ박찬욱ㆍ봉준호 감독, 배우 이병헌ㆍ배두나의 외국진출 등 요즘 들어 한국영화나 감독, 배우들의 위상이 높아진 듯하다. 월트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고, 이십세기 폭스사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를 합병했으며, 많은 특수효과 회사들이 문을 닫는 등 미국 영화계가 혼란의 시기인데 이런 일련의 일들과 관련해 한국영화를 향한 관심이 반짝 관심은 아닐까?
아니에요. 아이돌 그룹, 한국음식, 한국영화 등 한국문화 전체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요즘 뿌듯할 때가 정말 많아요. 영화나 음악도 한국 것을 관심 있게 더 즐겨 보는 마니아도 있고요. 또 칸 영화제에 한국영화들이 많이 출품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인지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 (성지연)
제가 유학했을 때만 해도 한국 문화가 관심을 못 받았던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요즘엔 한인타운 가면 외국 분들이 더 많아요. 싸이도 영향을 줬죠.” (이상준)
두 사람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좋은 작품으로 인사하는 것이다. 이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찰리 브라운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품에 참여, 2015년 11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 슈퍼바이저는 ‘리오2를 통해 조만간 국내 관객을 만난다. 계속 좋은 영화에 참여해야죠. 언젠간 한국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성지연) 저는 구체화는 아니지만 시도하고 있어요. 감독님들도 많이 만나보고 한국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죠.”(이상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