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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이후’를 기억할 황새와 독수리의 재회
입력 2013-07-03 06:58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3월2일, 개막전에서의 만남 이후로 두 팀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지던 경기를 무승부로 끝낸 황선홍 감독의 포항은 승승장구하면서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고 FC서울은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비틀거림과 함께 한참을 헤매야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과 FA컵 챔피언 자격으로 개막전에서 맞붙은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대결은 명승부였다. 박진감 넘치는 맞불 끝에 2-2 무승부로 끝나며 내용도 결과도 꽤나 볼만했다. 하지만, 양 팀 사령탑의 입장은 달랐다. 후반 38분 이명주의 중거리슈팅으로 무승부로 끝낸 황선홍 감독은 승장 같았고, 반대로 최용수 감독은 패장의 느낌이었다.
개막전 무승부 이후 크게 엇갈렸던 포항과 서울이 중요한 분수령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보다 더 부담스러울 상황에서 황새와 독수리가 한판 대결을 펼친다. 사진= MK스포츠 DB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개막전이라는 상징성이 있기는 했으나 어차피 긴 장기레이스 중 한 경기였다. 아마 황선홍 감독도, 최용수 감독도 그것을 지켜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기의 여파가 그토록 길을 엇갈리게 만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 잡은 줄 알았다가 2-2로 비겼던 서울은 이후 날개 없이 추락했다. 2라운드에서 인천(2-3), 3라운드에서 부산(0-1)에게 거푸 패한 뒤 경남 울산 수원과의 3연속 무승부를 거쳤으며 7라운드에서 성남에게 1-2로 한 번 더 패한 뒤 4월20일 대구와의 8라운드 홈경기에서야 4-0 승리로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할 수 있었다. 첫 승 때까지 너무도 아찔하게 떨어졌다. 첫 승을 거둔 이후로도 정상궤도 진입이 쉽지 않았다.

포항은 정반대였다. 끌려가다가 마치 이긴 것처럼 기뻤던 무승부를 거둔 포항은 대전(3-0) 수원(2-0) 전남(2-1)을 차례로 꺾으면서 3연승을 내달렸고 이후에도 좀처럼 지는 법이 없이 순항했다. 그 무렵 나온 신조어가 ‘황선대원군의 ‘스틸타카였다. 포항은 5월18일 울산전에서야 시즌 첫 패배(1-2)를 당했을 만큼 꾸준히 안정적이었고 지금도 선두를 유지 중이다.
개막전 무승부의 여파는 두 팀의 길을 그렇게 엇갈리게 만들었다. 그랬던 포항과 서울이 다시 중요한 분수령 앞에서 만난다. 무대는 포항의 홈구장 스틸야드. 7월3일 오후 7시30분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서 돌아갈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승부를 펼친다.
포항은 여전히 리그 선두다. 하지만 지난 라운드에게 인천에게 일격(1-2)을 당하면서 입지가 약해졌다. 만약 승리를 거뒀거나 최소 무승부만 챙겼어도 최초로 승점 30점 고지에 오를 수 있었던 포항은 29점에서 발목이 잡혔고 2위 울산(27점)에 2점차, 3위 인천(26점)에 3점차로 쫓기게 됐다. 이제는 선두라는 생각은 접는 게 낫다.
서울은 더 절실하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6월23일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윤성효 징크스를 깰 때만해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 봤으나 30일 울산 원정에서 0-2로 무릎을 꿇었다. 5승5무5패 승점 20점으로 9위에 머물고 있는 서울은 자칫 연패에 빠질 경우 다시 두 자릿수 등수로 떨어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황새 황선홍 감독도 독수리 최용수 감독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경기다. 어느 쪽의 부담이 더 크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큰 만남이다. 첫 만남의 여파를 기억하고 있으니 또 놓칠 수 없는 승부다. 개막전보다 더 부담스러울 재회, 전반기의 엇갈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다시 만난 황새와 독수리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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