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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점유의 스페인’을 압도한 ‘이기는 브라질’
입력 2013-07-01 08:52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개인기를 앞세운 화려함만으로도 어지간한 상대를 압도하는 브라질이 마음먹고 이기고자 팀으로 묶여 근성과 투지를 가미하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는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한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언제나 우승후보인 역대최강 브라질과 근래에는 적이 없어 보이는 당대최강 스페인의 만남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시켰던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개최국 브라질이 3-0 완승을 거뒀다. 완승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은 내용과 결과였다. ‘점유의 무적함대라 불리는 스페인을 완벽하게 압도했던 ‘이기는 브라질이었다.
스콜라리의 ‘이기는 브라질이 점유의 스페인을 압도했다. 화려한 브라질이 멋을 빼고 승리에 포커스를 맞추면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컨페드컵 결승전에서 잘 드러났다. 사진= MK스포츠 DB
어떤 팀이 이겨도 역사가 되는 매치업이었다. 스페인이 챔피언에 등극한다면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2년 유럽선수권에 이어 컨페드컵까지 접수, 3대 메이저대회 연속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마에스트로 지단을 앞세운 프랑스가 ‘아트사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1998월드컵-유로2000-2001컨페더레이션스컵을 거푸 품었던 것이 유일하다.
브라질이 정상에 올라도 역사였다. 통산 4번째 컨페드컵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며 2005년과 2009년 대회에 이어 대회 3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통산 4회 우승도, 3회 연속 우승도 브라질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그야말로 ‘드림매치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의외였다. 보는 맛이 떨어졌다는 측면에서의 의외는 아니다. 과연 세계 최강팀들다운 수준 높은 플레이가 나왔다. 의외는, 적어도 근래 6~7년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던 스페인이 너무도 무기력하게 당했다는 것이다. A매치 29회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던 그 스페인이 맞을까 싶을 만큼 쩔쩔맸다.
채 정비가 되지 않았던 전반 2분 만에 프레드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시작부터 당황스럽기는 했던 스페인이다. 하지만 진짜 스페인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른 시간에 내준 선제 실점이 아니라 브라질의 자세였다. 천하의 브라질이 마치 약팀이 강팀에게 도전하듯 투지와 근성으로 똘똘 뭉쳐 경기에 임했다. 화려한 멋을 빼고 철저하게 승리에 포커스를 맞췄다.
사실 지난해 11월, 메네제스 감독을 경질시킨 브라질 축구협회가 백전노장 스콜라리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이기는 브라질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스콜라리 감독은 브라질의 마지막 월드컵 우승 기억인 2002한일월드컵을 이끈 수장이다. 당시 스콜라리는 브라질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렸던 지도자다. 성적은 좋지만, 브라질답지 않게 수비를 강조하면서 보는 맛을 떨어뜨린다는 반대파가 적잖았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브라질은 다시 스콜라리를 찾았다. 2006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거푸 8강에 그치면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삼바축구다. 2011년 코파아메리카에서도 8강에 머물렀다.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또 들러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결국 스콜라리에게 SOS를 요청케 했다. 벌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스콜라리의 브라질이 출항한 후 6개월 정도 흐른 이번 컨페드컵은 ‘이기는 브라질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여실히 입증했다. 다른 경기들은 차치하더라도,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압박하고 압도하던 모습은 꽤나 놀라웠다. 그 잘나가는 스페인이 꼼짝을 못했다.
전체적인 점유율에서는 대등한 비율이 나왔을지 모르겠으나 진짜 경기를 점유해서 지배한 것은 브라질이었다. 갑작스럽던 첫 번째 골은 제외하더라도 전반 43분 네이마르의 두 번째 골과 후반 2분 프레드의 쐐기골은 완벽하게 스페인이 당한 것이었다. 브라질의 화려한 개인기가 조직력으로 묶여 무적함대의 수비진을 농락했다. 이기고 있어도 끝까지 윽박지르던 브라질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후반 9분 어렵사리 얻은 페널티킥을 라모스가 실축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을 만큼 스페인은 무기력했다. 후반 22분, 네이마르를 막아내던 과정에서 피케가 레드카드를 받은 것은 그만큼 힘겨웠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잘 때린 스페인 공격수들의 슈팅은 세자르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번번이 막혔다. 뭘 해도 안됐던 스페인이다.
그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던 스페인 선수들의 표정에서 두려움까지 느껴졌을 만큼 브라질은 강했다. ‘점유와 ‘지배의 대명사였던 근래의 무적함대가 철저하게 점유 당하고 지배당했다. 스콜라리 감독의 ‘이기는 브라질은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내년 월드컵에 우승을 겨냥하고 있는 팀들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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