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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당 1골, 서포터 혼 빼놓은 수원과 전북의 명승부
입력 2013-06-26 21:31 

[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임성일 기자] 각 구단의 서포터스들은 자신들만의 응원곡과 응원구호들을 가지고 있다. 서포팅의 백미는 역시 골이 터졌을 때 모두가 한마음으로 목청껏 소리치면서 환호하는 퍼포먼스이다. 이때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장 기쁜 순간이다.
그런데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6골이 터지도록 양쪽 서포터 모두가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한쪽이 축포의 노래를 부를라치면 다른 쪽이 곧바로 골을 터뜨려 환호를 방해하는 동시에 퍼포먼스 순간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도 흔치 않았다.
무려 9골이 터졌다. 한쪽이 골을 넣으면 다른 쪽이 곧바로 만회했다. 서포터들은 도무지 골 세리머니를 할 수가 없었다. 멋진 명승부가 빅버드를 수놓았다. 사진= MK스포츠 DB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전북의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경기가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경기내용과 그 내용을 포장했던 9골의 축포와 함께 화려한 명승부로 마감됐다. 5-4으로 승리한 수원이나 석패한 전북이나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두 팀 모두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전반기 막바지 4경기에서 3연패 후 1무, 1무3패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수원은 7위까지 떨어진 순위를 끌어올려야했다. 전북 역시 반전이 필요했다.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강희 감독이 아직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신홍기 수석코치 체제로 임하던 첫 경기였기에 새 출발이라는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가 필요했다. 5위에 그치고 있던 순위의 도약도 필요했다.

이런 절실함으로 맞붙었던 두 팀은 상대를 막아내는 것에 대한 초점보다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에 방점을 찍고 플레이에 임했다. 일찌감치 장군멍군을 부르면서 1-1로 출발했던 것도 이 같은 의지에 불을 붙였다. 전반 4분 홍철의 패스를 받은 수원의 스테보가 첫 골을 터뜨리자 불과 1분 뒤 전북의 케빈이 헤딩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양 팀 서포터들의 ‘정신없음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전반 32분부터는 2분 간격으로 3골이 나왔다. 케빈이 머리로 떨군 패스를 이동국이 전매특허 발리슈팅으로 골을 터뜨려 전북 서포터들이 함성을 내지르자 34분, 수원의 홍철이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원정 팬들의 입을 막았다. 수원 서포터들이 신바람을 내려던 찰나, 이번에는 전북 케빈의 백헤딩이 정성룡 골키퍼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면서 수원 골망을 갈랐다. 골이 나온 시간은 36분이었다.
전반에만 5골을 터뜨린 양 팀은 후반 들어서도 맹공을 멈추지 않았다. 분위기상 충분히 추가골이 나올 흐름이었다. 그 득점이 뒤지고 있던 홈팀 수원에서 나왔으니 빅버드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후반 18분 홍철이 하프라인 근처에서부터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전북의 왼쪽을 돌파했고 전방으로 쇄도하던 라돈치치에게 정확하게 연결하면서 3-3 균형을 맞추는 동점골이 터졌다. 비로소 수원 쪽의 퍼포먼스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클라이맥스는 후반 33분 라돈치치의 결승골 때였다. 라돈치치 본인의 두 번째 골이자 수원의 4번째 골이자 이 경기의 결승골이 터지던 순간, 비로소 빅버드는 수원 서포터들의 푸른 함성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정규시간 종료를 알리던 후반 45분, 이종민의 오른발 프리킥이 권순태 골키퍼의 손을 스치고 크로스바를 맞은 뒤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면서 쐐기골이 터졌다. 하지만, 서포터들의 정신없음은 마지막까지 유효했다.
추가시간에 이동국이 마지막 불씨를 살리는 팀의 4번째 골이 터지면서 의기소침했던 전북 서포터들의 마지막 기운을 끌어냈다.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정신없었다.
9골이 나왔다. 90분을 기준으로 평균을 냈을 때 10분 당 1골이 나온 셈이다. 밀도를 따지면 더 박진감 넘쳤다. 한쪽이 넣으면 바로 다른 쪽이 반격을 했으니, 서포터들의 목청은 쉴 수가 없었다.
이긴 수원과 패한 전북의 선수들 그리고 양 팀의 서포터들 모두 힘이 소진됐던 명승부다. 이런 경기도 흔치 않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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