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선무당이 사람잡는 만성 B형간염
입력 2013-06-26 09:40 

30대 정모씨는 간경변증 진단을 받았다. 정모씨는 만성 B형간염을 앓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 역시 50대에 간경변증에서 옮아간 간암으로 사망해 누구보다 간질환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이동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으로 정기적인 외래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심한 식욕 저하와 함께 얼굴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진료실을 방문했고 심한 간기능 장애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곧장 입원을 권고해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그의 간기능은 가장 나쁜 등급에 해당하는 Child C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입원 치료 중에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질환이 호전되어 지금은 외래 진료를 하면서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업무 등으로 바쁘기도 했고 매일 먹어야 하는 치료제 비용과 3개월마다 하는 검사비용에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특별한 증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검사 때마다 B형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통보 받아 자발적으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만성 B형간염 환자가 일정 기간 약물을 복용하면 약물 중단이 가능하다는 인터넷의 잘못된 게시물 내용을 언급했다.
만성 B형간염은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하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평생 꾸준히 조절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만성질환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B형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고, 간경변증이나 간암과 같은 합병증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의료진의 복약 지시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며 정기적인 검사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 년간 처방되었던 항바이러스제 중에는 복용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바이러스가 내성을 보여 5년이 지나면 70%의 환자가 내성을 보이는 약물도 있었다. 최근에는 실생활데이터를 통해 강력한 항바이러스 억제효과와 낮은 내성발현율, 안전성이 입증된 만성B형간염 치료제가 주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 역시 복용을 게을리하면 내성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만큼 꾸준한 약물 복용이 중요하다.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이미 딱딱해진 간의 섬유화 현상을 호전시키며 바이러스의 양에 따라 간경변증이나 간암의 발생률을 10배까지 낮춰준다는 보고도 있어 환자들은 장기적인 약물 복용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 중단에 대한 기준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로 B형간염이 완치될 때까지 복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항바이러스제 복용 중단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많다. 필자는 이들에게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중단한 환자의 반수에서 6개월 만에 질환이 재발되었다는 보고를 예로 들며 치료제 중단 후에도 적절한 검사를 통해 꾸준히 경과를 관찰해 재치료 시기를 결정해야 함을 주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위 사례의 환자처럼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고 수개월 혹은 수년이 지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 상태에서 진료실을 다시 찾는 환자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처음부터 만성 B형간염을 중단없이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옮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도움말=동아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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