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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기억이 전혀 안난다”…38일의 지우개
입력 2013-06-26 06:07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잘한 것 같긴 한데….”
또렷하게 기억 날 것 같은 LG 트윈스의 지난 38일간의 기적 같은 드라마. 그러나 9연속 위닝시리즈의 중심에 섰던 LG의 ‘캡틴 이병규(9번)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기억하는 휴식기 이전의 LG는 없었다. 그냥 잘한 것 같은 정도였다니, 조금은 실망스러운 답변이다.
LG 트윈스의 ‘캡틴 이병규(9번)의 함박웃음이 많아질수록 LG의 가을야구로 향한 문도 점점 넓어진다. 사진=MK스포츠 DB
이병규는 시즌 초반 LG의 전력 외로 분류됐다. 시즌을 앞두고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병규는 일본을 오가며 재활에 전념했다.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수차례 표현했다. 특히 LG가 연패에 빠지자 미안합니다.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라는 문자 메시지로 진한 감동을 남기기도 했다.
이병규는 지난달 7일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캡틴의 귀환은 반전의 시작점이었다. LG는 지난 24일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38일 동안 22승9패, 9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승패 –5까지 내려갔던 LG는 5할 승률을 훌쩍 넘어선 36승27패를 찍으며 7위로 추락했던 성적도 3위로 껑충 뛰었다. 무려 +14의 반등이었다.
1군 합류 후 이병규는 마음이 아닌 몸으로 부상 공백의 미안함을 보여줬다. 35경기서 타율 0.354를 기록하며 단숨에 팀 내 타율 1위에 올라섰고 29타점 19득점을 보탰다. 6월에만 만루포를 포함해 결정적인 홈런 3개를 폭발시켰다. 특히 득점권 타율 0.432를 찍으며 누가 LG의 해결사인지 입증시켰다.

휴식기 기간에 만난 이병규는 지난 38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이병규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진짜 어떻게 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잘한 것 같다. 잘했다”고 했다. 이어 성적과 결과가 말해주니까 잘한 것 같다.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또 다른 이병규의 기억은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휴식기 없이 38일을 쉼 없이 달려오면서 적토마도 지쳐있었다. 이병규는 그동안 쉬지 못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성적이 좋아도 힘든 건 똑같다. 그래도 조금 덜 힘들긴 하지만…”이라며 웃은 뒤 휴식기 타이밍이 좋다.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병규는 잘나갔던 지난 기억이 아닌 휴식기 이후를 그리고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의미였다. LG의 휴식기 전체 팀 분위기는 꼭 같았다. 행복한 38일의 여정을 잠시 지운 것이다. 이병규는 전반기까지 이제 17경기 남았다. 이 경기들이 중요하다. 또 다른 반등의 기회다”라며 장갑과 방망이를 챙겨 그라운드로 향했다.
올해 초 이병규는 팬들 앞에 사죄했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좌절의 아픔 때문이다. 그는 당시 죄송하고 창피하다”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가을야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유 있는 예고를 했다. LG는 페넌트레이스 절반에 가까운 63경기를 마쳤고, 이병규는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가을을 바라보고 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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