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2007년 10월3일 246분과 2013년 6월25일
입력 2013-06-25 13:15  | 수정 2013-06-25 17:14
오늘은 휴전선 포성이 시작된 지 63년이 된 날입니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분단이 고착된 지 60년이 됐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세계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 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나라.

그게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역대 지도자들은 이 분단을 끝내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2000년 6·15 선언, 2007년 10·4 선언까지

남북 간, 또 남북 정상 간 한반도 분단을 끝내기 위한 노력은 때로는 지속적으로, 때로는 간헐적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그 노력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통일을 가로막는 걸까요?

남북이 하나 됨을 두려워하며, 3대 세습과 체제유지에만 골몰하는 북한이 문제일까요?

통일은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찬반양론의 대상입니다.

한국 갤럽이 우리 국민 1,234명에게 물은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6·25 전쟁이 누구의 책임이냐는 질문에 '북한' 46%, '남북한 모두' 17%로 나타났습니다.

2007년과 비교하면 '북한 책임'이라는 응답이 크게 늘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있다'라는 응답이 35%, '없다'라는 응답이 61%였습니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적어도 3명은 전쟁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통일에 대한 생각도 물었습니다.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60%로 역대 여론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통일보다는 현재가 낫다'라는 응답은 18%,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19%로 나타났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07년 6월 이후 다시 통일하자는 응답이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점진적 통일을 바라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북한은 언젠가 통일해야 할 대상이지만,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호전적 집단이기 때문에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는 뜻일까요?

그래서 조심 또 조심스럽게, 천천히 또 천천히 통일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것 같습니다.

통일은 원하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게 국민 다수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국민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지나치게 과속한 것일까요? 아니면 적절했던 것일까요?

정전된 지 꼭 60년이 되는 날, 우리 사회는 지난 2007년 10월3일 평양에서 있었던 246분의 대화를 놓고 또다시 갈라져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도대체 무슨 얘기가 오갔던 것일까요?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당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위원장과 NLL과 관련한 대화를 나눕니다.

<<김정일 : 우리 군대는 지금까지 주장해 온 군사경계선에서, 남측이(은) 북방한계선까지 물러선다. 물러선 조건에서 공동수역으로 한다

노무현: 예, 아주 저도 관심이 많은…

노무현 : NLL 문제 의제로 넣어라. 넣어서 타협해야될 것 아니냐. 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그러나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 위원장이 지금 구상하신 공동어로 수역을 이렇게 군사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 이 말씀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노무현 : 여기는 자유통항구역이고, 여기는 공동어로구역이고, 그럼 거기에는 군대를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이 경찰이 관리를 하는 평화지대를 만드는, 그런 개념들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지요.

노무현 :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NLL은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러워요.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 군사 지도위에다가 평화 경제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겁니다.

김정일 : 서해 북방 군사분계선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거 하면 해상에서는 군대는 다 철수하고 그담에 경찰이 하자고 하는 경찰 순시…

김정일 :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노무현 : 예 좋습니다…

노무현 : 군부가 개편이 되서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평화 협력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만, 군부가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해서 그래서 군비를 강화하는 필요있는 곳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가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과 관련해 한 발언들이 NLL 포기 발언으로 이해됩니까? 아닙니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기현 /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측 대변인이라고 자처했다고 하니 충격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민주당과 야권이 왜 대화록 공개 원치 않았는지 이유 알 수 있다."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당 의원
- "국정원이 제정신이 아니다. 민주당이 요청하고 요구할 NLL관련 발언 문서는 조작될 가능성이 있는 국정원 자료가 아니라 국가기록물 보관소에 보관되어있는 원본과 녹음테잎이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편집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화록 공개 자체가 위법적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극한 대결입니다.

쉽게 가라앉지 않고, 끊임없는 갈등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NLL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한마디 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
-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은 수많은 젊은이가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NLL은 분명히 우리의 영토이며, 절대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뜻일까요?

정치권의 이 극한 대결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요?

1953년 휴전선 포성은 멎었지만, 2013년 우리 내부의 포성은 거칠게 들리고 있습니다.

이 포성이 멎을 날은 언제일까요?

그리고 그 포성이 멎는 날 우리는 통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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