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화, 심연 속 건진 희망 영건 조지훈
입력 2013-06-24 09:52  | 수정 2013-06-24 11:46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6연패의 늪 속에서 조지훈이라는 희망의 진주를 찾아냈다.
조지훈은 한화가 2013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신인 우완투수다. 고교시절 장충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최고구속 140km 중반대의 공을 던지고 변화구는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부드러운 투구폼과 좋은 직구를 가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 한화가 기대하는 차세대 최고 투수 유망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신인 우완투수 조지훈이라는 희망을 찾아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 20일 데뷔 이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돼 2경기를 던졌다. 2⅔이닝 동안 11타자를 상대해 2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줬고 1실점을 했다.
드러난 성적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안에 담긴 희망은 적잖다. 21일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서 2안타를 맞긴 했지만 3개의 뜬공 아웃을 유도해 데뷔전 무실점 투구를 했다. 이어 23일에는 1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1실점은 조지훈 스스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볼넷으로 남겨두고 간 주자를 구원 투수가 들여보낸 것이었다.

조지훈은 이날 위기서 대담한 모습을 과시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를 스스로 증명했다. 조지훈은 6회 1사 만루 상황에 등판해 4번타자 오재일을 3루수 뜬공, 홍성흔을 3루수 땅볼로 솎아내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7회도 깔끔했다. 오재원을 삼진, 허경민을 2루수 땅볼, 최재후을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키고 삼자범퇴로 마쳤다. 8회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것은 옥의 티. 이것을 빼면 완벽했다. 조지훈을 구원한 윤근영이 안타와 폭투를 범해 김재호를 홈으로 들여보내면서 조지훈의 자책점은 늘었지만 이날 가장 시원한 투구를 했던 것은 이제 열아홉살 된 조지훈이었다.
조지훈은 1군 데뷔 이전 퓨처스리그 11경기서 2승4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득점지원이 적어 승은 적었지만 53⅓이닝동안 44개를 솎아내는 등 만만치 않은 탈삼진 능력도 과시했다.
루키 답지 않은 성숙한 자세도 눈길을 끈다. 데뷔전을 마치고 2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조지훈은 데뷔전이 정말 설레었다. 하지만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떨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데뷔전서 2안타를 맞은 신인 치고는 덤덤해보였던 그였다. 목소리는 수줍었지만 내용은 당찼다.
조지훈은 퓨처스리그와 1군 타자들의 많은 차이를 느꼈다. 정민철 투수코치님이 1군에 올라간 것이 힘들게 운동한 것이 헛되지 않게 스스로 해낸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 유창식 선배의 부상 때문에 갑자기 올라오게 됐는데 처음에는 정말 안 믿겼고, 사실인줄 알았을때는 소름이 돋았다”며 천진난만하게 웃기도 했다.
프로로 오면서 문제가 됐던 제구력 부분은 많이 개선됐다. 조지훈은 영점이 안잡혀서 고생을 했는데 지난 겨울과 올해까지 밸런스를 많이 가다듬으면서 그 점은 좋아진 것 같다. 몸무게도 98kg에서 88kg정도로 10kg 감량한 것도 도움을 받고 있다. 2군 훈련은 정말 힘들지만 정민철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드래프트 지명 당시나, 오키나와 캠프 당시에 비해서 더 시커멓게 타고 홀쭉해진 조지훈의 얼굴에는 간절함이 있었다. 먼저 데뷔한 넥센 히어로즈의 특급 루키 조상우를 보며 1군에 대한 동경도 키웠다. 조지훈은 (조)상우가 먼저 1군에 올라갔을 때 ‘잘던지고 2군에 내려오지 마라고 응원을 해줬는데 내심 부럽더라. 그걸 보면서 나도 1군에 올라가고 싶다는 염원이 생겼다”고 했다.
당장 원하는 것은 경험이다. 보직이나 순서도 상관없다. 조지훈은 최종 목표는 선발 투수지만 지금은 보직에 연연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어떤 역할이던지 상관 않고 많이 던지고 많이 배우고 싶다. 2군에서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배워서 실전에서 쓸수 있도록 익히고 있다. 어떤 상황이던지 맡겨주시면 열심히 던지겠다”며 활짝 웃었다.
올해 한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좋은 성적을 내는 동시에 미래의 동력을 키워내는 것이다. 조지훈은 그런면에서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투수다. 진주는 조개 종류의 해산물에 체내에서 생겨난다. 조지훈이 한화가 처한 현실의 단단한 껍질 속에서 우아하고 은은한 빛깔을 품은 투수로 성장하기를 팬들은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on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