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송승헌, 이 남자가 사랑할 때 [인터뷰]
입력 2013-06-16 09:25 

깎아놓은 듯한 완벽한 몸과 얼굴, 사람들이 송승헌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느낌은 '잘생겼다' 일 것이다. 서른 여덟, 이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외모가 주는 압도적인 느낌은 여전하다.
최근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를 마치고 기자와 만난 송승헌은 평소 '잘생겼다'는 이미지에 20대 젊은 남자 배우들이 아직은 가지지 못한 깊이까지 더해진 듯 했다. 모든 배우들 처럼 송승헌은 작품을 끝마치고 밀려드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과 부족함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배신을 당하고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는 상처를 좀 더 표현했으면 했다. 외롭고 차갑고 거친 세계에 살던 남자가 미도를 만나서 녹아내리고 사랑을 느끼고 사랑의 표현이 시작되는 감정선은 ‘깡패 한태상과 차이가 너무 커서 정확히 표현을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보여도 될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얼굴에 팩을 붙이는 장면들이 내게 좀 닭살스러웠던 것도 있다.”
하지만 송승헌은 금세 한태상이 됐다. 그는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이런 캐릭터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심지어는 거칠게 행동하는 연기는 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사실 엔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배신당한 한태상이 밑바닥까지 가서 만약 미도를 죽였다면, 어머니와 바람난 남자를 죽인 것도 한태상이었다면, 그렇게 한태상이 더 악하게 더 미친 사람으로 이야기가 끝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한태상이 죽거나 정신병원에 가는 것으로 결말이 났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다.”
실제 송승헌은 작품 속 한태상과 분명 다른 연애관, 사랑관을 가졌다. 한태상은 미도와 결혼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지만 송승헌은 애인보다 친구가 좋다는 부류의 남자다.

외롭다는 느낌. 잘 모르겠다. 어릴 적 친구들을 종종 만난다. 그들을 만나면 나는 배우도, 한류스타도 아닌 그냥 내가 된다. 그래서 외롭다는 느낌을 잘 모르는 것 같고 결혼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고등학교 때 첫 사랑을 만나 번개가 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그런 느낌이 있던, 그걸 넘는 느낌을 주는 사람과 지금까지 몇 번 교제를 했다. 그 느낌이 상대방에게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남들에 비해 사랑을 해본 횟수가 많지 않다. 가끔은 나 혼자만 좋아하기도 하고, 그럼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없는 거 아니겠나.”
하지만 송승헌과 한태상에게 '사랑하는 방식' 자체는 닮은 점이 많다.
그 정도로 미치지 않고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나. 작가님과 PD님도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슈퍼맨이 되는 걸 경험해봤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잠을 안자고 밥을 안 먹어도 됐었다. 그래서 사랑은 참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송승헌을 거절한 여자도 있냐고 묻자 한 두번 정도 있었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송승헌은 배우로서 자신의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사실 지나치게 완벽한 외모 탓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류스타라는 꼬리표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는 늘 멋있는, 완벽하고 따뜻한 남자 역할을 맡았다. 이번 작품 역시 연장선에 있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송승헌이라는 배우의 틀에서는 분명 벗어났다. 한태상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불행한 남자였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남자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는 남자였다. 사실 송승헌은 이번 드라마 직전 지금까지 송승헌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꿀 작품을 고심 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송승헌은 결국 그 작품을 선택 못했다. 자신이 없었다.
많은 분들이 내 다른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구나 라는 걸 확인했다. 자신이 생겼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 시도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걸 배웠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느낌이다. 연쇄살인마나 싸이코패스 같이 뼛속까지 악한 캐릭터도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비로소 들었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작품 선택에 대한 폭이나 한계를 넘게 하는 결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앞서 말한 연쇄살인마나 싸이코패스 연기 말고도 ‘남자셋 여자셋을 한번쯤 다시 모여 하고 싶고, 예순이 돼서 진한 로맨스를 다시 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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