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홍준표 경남 지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입력 2013-06-14 13:14  | 수정 2013-06-14 17:08
진주 의료원 폐업을 놓고 정치권이 한 사람에게 집중 성토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홍준표 경남지사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권 여당의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인데, 왜 공공의 적이 된 듯 표적이 됐을까요?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고, 경남도 의회가 날치기 통과를 할 정도로 홍 지사는 이 문제에 남은 정치 인생을 다 건듯합니다.

지난달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공식 발표한 홍 지사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준표 / 경남지수(5월29일)
-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 기관이 아니라 강성 귀족 노조의 해방구입니다. 진주 의료원의 단체 협약은 노조의 무소불위 특권과 인사경영권 침해를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노조가 갑이 되어서 도민 위에 군림하는 노조 해방구가 진주의료원의 실상입니다."

그런데 왜 야당은 그렇다 쳐도,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홍 지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까요?

홍 지사가 말하는 진주의료원 폐업의 대의명분이 약하다는 뜻일까요?

여야는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국정조사를 합의하고, 홍 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홍 지사는 국회 출석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어제 기자간담회를 한 홍 지사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준표 / 경남지사(13일)
-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므로 내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나갈 의무가 없다. 만일 이번에 선례를 만들면 지방 고유 사무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와 조사가 일반화할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특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입니다.


홍 지사는 분명히 새누리당 소속인데, 새누리당 지도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겁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6월12일)
- "어제 우리 당의 요청에도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사항대로 내일 13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하고, 특위 일정에 따라 공공의료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어제는 보건복지부까지 나서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재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고보조금이 투입된 진주의료원을 일방적으로 해산시키고, 복지부 장관의 승인 없이 남은 재산을 경남도에 귀속시킨 게 문제라는 겁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 영 장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비서실장을 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습니다.

그런 진 장관의 지시는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홍 지사는 '나 홀로 강행'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공익 위반은 제소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홍 지사는 지금 청와대와 정부, 여당, 야당 모두와 싸우는 셈입니다.

홍 지사가 왜 이토록 '외로운' 싸움을 하는 걸까요?

시간을 2011년 8월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지사는 한 사람 때문에 너무나 골치가 아팠습니다.

바로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 시장이 무상급식을 막겠다며 시장직 사퇴를 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10월 재보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작은 한나라당으로서는 무조건 오 시장의 사퇴를 막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사퇴를 강행했고, 홍 지사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홍 지사가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준표 / 한나라당 대표(2011년 8월26일)
-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아니고 조직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오 시장이 차기 대권에 대한 개인적 욕심 때문에 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겁니다.

'당이나 국가를 도외시하고 자기 모양만 중시한다'며 '그런 식으로 하려면 혼자 정치하지 왜 조직으로 하느냐'고 역정도 냈습니다.

사퇴하기 전 자신의 집에 찾아온 오 시장을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이게 바로 2년 전 홍 지사의 모습이었습니다.

2년 전 당과 청와대의 사퇴 만류를 뿌리쳤던 오 시장.

지금 당과 청와대의 폐업 만류를 뿌리치는 홍 지사.

두 모습이 같은가요?

역설적이게도 2년 전 오 시장을 나무라던 홍 지사가 지금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니요.

당시 오세훈 시장이 욕을 먹으면서도 외로운 싸움을 한 것은 대권 가도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 홍 지사 역시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나서려고 승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홍 지사의 내일은 그 밑그림대로 이어질까요?

오세훈 전 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물었지만, 홍 지사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홍 지사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준표 / 경남지사
-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가 심판을 받으면 되는 일이지 주민투표까지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홍 지사가 당의 공천을 그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거니와 설령 나간다 해서 당선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홍 지사는 큰 꿈을 펴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2년 전 오세훈 전 시장처럼 말입니다.

홍준표 지사의 내일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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