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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벗은 김기태 감독, 재평가 받는다
입력 2013-06-14 08:31  | 수정 2013-06-14 08:37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이 정도면 이제 초짜는 벗은 것 아닙니까?”
최근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수장 김기태 감독에 대한 재평가다. ‘초짜 감독 티를 벗은 뚝심있는 ‘형님 리더십에 대한 찬사다. 김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의 야구에 LG 선수들이 응답하고 있다.
최근 가장 잘나가는 팀을 꼽는다면? 단연 LG다. LG는 요즘 생각대로 되는 팀이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2위 넥센 히어로즈도 아닌 LG의 돌풍이다. ‘신바람 야구가 낯설지 않은 화끈한 LG의 상승세에 프로야구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LG는 7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무서운 상승세다. 지난달 7위까지 떨어지며 승패 –6을 찍었던 LG는 11년째 가을야구도 물건너간 분위기였다. 하지만 5월 중후반부터 상승 기류를 타더니 지금까지 거침없는 승수 몰아치기를 하고 있다. 13일 현재 30승25패로 단독 3위, 승패 +5를 기록하고 있다. 침체된 넥센과의 격차도 3.5경기차로 줄었다.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은 놀라운 반전이다.
LG를 가을로 인도하고 있는 뒷심은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으로 꼽힌다. 올해 신구 조화를 완벽하게 이뤄내며 ‘형님 리더십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비판의 단두대에 올랐던 김 감독이 이기는 법을 몰랐던 LG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 숨죽인 초짜 감독
지난해 LG는 충격에 빠졌다. 10년째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LG의 새 사령탑에 오른 김기태 감독은 개막 전 ‘60패 발언으로 애처로운 뒷끝만 남겼다.
지난해에도 LG의 상승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 초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가을야구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속설을 끊지 못하고 추락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독 초행길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김 감독은 축 처진 선수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치켜올렸다. 김 감독이 시즌을 정리하면서 내놓은 성과는 선수단의 화합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초보 감독이라서 생각만큼 잘 안된 것도, 힘든 것도 많았다”며 계획대로 가장 잘 된 일은 선수들간의 관계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지난해 이진영과 정성훈 등 자유계약선수(FA)으로 풀린 선수들이 감독님 때문에”라며 LG에 남았다.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김기태 감독이 사령탑으로 앉은 뒤 가장 달라진 것을 믿음의 야구로 꼽았다.

▲ 2년차 본색, 응답하라 믿음야구
LG의 지난 겨울은 뜨거웠다. 좌절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1, 2차 스프링캠프에서 고참들이 솔선수범했고, 젊은 선수들도 동참해 굵은 땀을 흘렸다. 김기태 감독은 우린 팀 분위기가 원래 좋았다”며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 했다.
김 감독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택한 것은 신구 조화 속에 찾은 무한경쟁 체제였다. 베테랑 선수들을 인정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줬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믿음에 성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주장 이병규(9번)를 중심으로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현재윤 등 베테랑들이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대화를 통해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마운드에서는 정현욱과 봉중근이 든든히 뒤를 맡을 수 있는 확실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올해 초 체력테스트에서 낙방했던 우규민과 비난 여론이 심했던 류제국을 포용해 선발진의 한 축으로 맡기는 등 불안했던 국내 선발을 단단하게 다졌다. 또 오지환을 비롯해 올해 히트상품인 정의윤과 김용의, 문선재 등 꾸준한 기회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과거 ‘탈LG 얘기도 옛말이 됐다. 정현욱, 현재윤, 손주인과 최경철 등 이적생들도 LG로 팀을 옮긴 뒤 최상의 이적 효과를 내고 있다. 김 감독이 든든한 형님 리더십으로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각별히 신경 쓴 결과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대하는 법도 같다. 각 파트별 코칭스태프에게 전권을 맡기며 정도의 선을 지키고 있다. 코치진으로부터 최종 보고를 받기 전까지는 말을 아낀다. 김 감독이 취재진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 각 코치님들이 열심히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분들과 얘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관심은 높지만, 간섭을 하지 않는 정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프로야구는 이제 시즌 중반에 들어섰다. LG는 55경기를 치른 현재 3위를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은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아직 멀었다”고 했다. 하지만 11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기대는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에서 싹트고 있다. LG의 돌풍 안에는 초짜를 벗은 김 감독이 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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