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N 시사마이크]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 “정치 은퇴, 마음 편안하다”
입력 2013-06-07 18:41  | 수정 2013-06-07 18:43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5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35년 동안 정치 생활을 하셨다고 그래요.

-제가 30대 초에 정치를 시작해서 참 오래되었습니다.

▶ 아직도 더 하실 수 있는데..

-오히려 더 빨리 그만두었어야 했는데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 사실은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에 대한체육회장 올림픽 위원장을 끝으로 정치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그 다음해 있는 부산시장 선거에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 문재인 의원과 제가 서로 나가라고 미루다가 제가 밀려나와서 정치에 발을 들였는데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애초에 노무현 정부 때 정계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뤄진 건가요?

-네. 노 대통령 때문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되고….

▶ 부산 시장 선거에 나가셔서 낙선을 하셨지만 야당 후보로 나와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지 않았나요?

-네. 선거라는 게 최고 득표를 해도 한 표가 모자라도 떨어지는 겁니다.

▶ 한 번 더 도전하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미국에 앨 고어 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가서 낙선하고 그 다음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거론 되었는데 그 분이 다시 국민 앞에 서지 않고 환경운동 활동을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고 나머지 역할은 후배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일이 확 바뀌신 것 같은데요. 수염도 기르시고.

-이제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니까 편하고 좋네요.

▶ 못 알아 뵈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다 잘 알아보던데요.

▶ 훨씬 모습이 편안합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 은퇴한다고 하셨을 때 정치적 동지였던 문재인 의원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제가 공식은퇴 선언을 하기 전에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서 가까운 몇 분에게 미리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문재인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한 번 더 도와주실 줄 알았는데 하면서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아마 그 안타까운 마음을 트위터에 올린 것 같습니다.

▶ 문재인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이시고 5년 뒤를 꿈꾸고 계시잖아요. 내 옆에서 도와달라는 말도 했을 법도 해요.

-물론 안타까워 하셨는데요. 제가 3당 합당 이후에 20년 동안 부산에서 처음에 노무현 대통령과 저 두 사람이 지역주의에 맞서서 싸우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뒤에는 저 혼자 그걸 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과정을 문재인 의원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를 만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만류했다 하더라도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요. 결심이 이미 됐는데요.

▶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35년 동안 부딪쳤는데 더 부딪히라고 하기엔 차마 할 수 없었다?

-35년을 지역주의를 위해서 했다기보다는 3당 야합 이후에 20년 넘게 지역주의에 맞서서 도전했죠.

▶ 그렇게 힘든 겁니까?

-지역주의를 만들긴 쉬운데 이것을 없애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든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기 당선을 위해서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이용하는데 이런 것들이 자꾸 오래가게 되는 것 같아요.

▶ 그래도 지금 부산에서 지역주의가 많이 사라졌다고 보시죠?

-네. 사실 부산은 과거에 야도였죠.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이 그때 여당으로 가면서 야도로 바뀌었는데요. 3당 야합 당시에 많이 변화되고 무뎌지고 그런 결과로 제가 지난 2010년 지방 6.2 선거에 45% 가까운 득표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은퇴하시면 이제 뭐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저 뿐만 아니라 제 나이가 되면 모든 분들이 은퇴하고 다음 삶을 생각하는데 정치를 안 하더라도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치하면서 선거 때마다 가슴앓이한 집사람이나 가족들하고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늘진 이웃에도 함께 어우러지면서 소리 소문 없이 낮은 자세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 류시민 전 장관도 은퇴를 했잖아요. 하지만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은퇴이지 정치를 아예 손 놓겠다는 얘기는 안하셨는데 비슷합니까? 그래도 여전히 정치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아닙니다. 저는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겁니다. 그래서 직업 정치인은 물론이고. 그래서 이번에 민주당도 탈당했고요. 이제는 정치와 완전히 거리를 두게 됩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거죠. 그동안 제가 살고 싶었던 삶을 마음대로 살았으니까 저희 가족들이나 집사람이 원하는 삶도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낭만적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정치라는 게 중독성이 있잖아요.

-제가 그렇게 안하죠.

▶ 민주당, 야권의 정권을 다시 가져오는 문제가 야권의 시대적인 과제로 남아 있잖아요. 그게 아직 이뤄지지 못했는데도 그냥 맘 편하게..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으면 돕고요. 옛날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치할 때처럼 하진 않을 겁니다.

▶ 지금 김 전 장관의 은퇴도 그렇지만 이것을 우연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것 같은데 친노 책임론이 나오면서 밖의 친노 분들께서 은퇴를 많이 하셨어요. 유시민 전 장관, 문성근 고문도 그렇고 연계가 있습니까?

-전혀 연계가 없고요. 흔히들 이번에도 보니까 언론에서 저를 친노라고 표현하던데 제가 노무현 대통령과 친하니까 친노는 맞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저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두 사람이 굉장히 어려울 때 서로 돕고 함께 했던 친구이자 동지 관계입니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되신 이후에 저는 거리를 두고 정치를 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친노와 저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정계은퇴를 한 것은 친노들의 책임론이나 그 분들하고는 전혀 관계없이 제 개인의 독자적인 결정입니다.

▶ 친구사이였지 계파로 따질 문제는 아니었다?

-동지고 친구였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 이번에 은퇴 선언하시고 봉하 마을에 다녀오셨습니까?

-아닙니다. 가지 않았습니다.

▶ 가실 생각은?

-지난 3주기까진 제가 꼭 갔고요. 제가 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은퇴했으니까 묘소를 찾아보는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것은 안하겠습니다.

▶ 정계를 아주 은퇴하셨으니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 최근 민주당의 국민으로부터의 외면, 이 모든 것에 친노가 핵심에 있다고 보십니까? 비난의 핵심에 친노가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이길 수 있는 총선과 대선에서 당권을 친노가 잡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책임을 친노가 면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의 패배의 책임이 친노에게만 있는가. 그렇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대선과 총선에 지고 나서 국민들에게 친노의 탓이다, 아니다 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한 발 더 나아가서 지금의 민주당, 김한길 대표, 이른바 비주류, 비친노 진영에서 잡았다고 볼 수 있는데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에 제가 애정이 많은 사람으로 35년 동안 쭉 야당을 해왔으니까 안타까움이 참 많죠. 대선패배 이후에 정말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 읽어갔다면 지금 같은 국민들의 외면, 낮은 지지도, 이렇게 까진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안철수 의원도 정치를 시작하면서 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신당으로 가겠다는 자체가 그만큼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 때문에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민주당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의 기득권 내려놓기, 처절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고 야당은 야성을 가져야 합니다. 가령 예를 들어 남북 문제에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을 가지고 임하는 것은 잘한다고 칭찬하도 도와주고. 그러나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여론을 조작한 사건에 대해선 민주당이 단호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야당다운 투쟁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야당이 야성을 상실하면 존재가치가 없는 겁니다. 존재감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오늘날 사태는 민주당 스스로가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하고 다시 이 시점에서 처절하게 반성하면서 시작하면 다시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안철수 의원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다고 보십니까?

-제가 안철수 의원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새누리당이 그래도 집권당으로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기 때문에 야당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도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정말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면 안철수 의원도 민주당에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올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안철수 의원이 지금 민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니까 신당을 창당 하더라도 결국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두 당이 당대당 통합을 하든지 어떤 형태로든 하나가 되어야 하고 그게 어렵다면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야 내년 지방 선거에서 그나마 싸워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계 은퇴 하신다고 하니까 김정길 전 장관을 그리워하실 분들이 제법 많을 것 같습니다. 은퇴하시더라도 가끔 저희 방송에 나오셔서 사는 얘길 해주시죠.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오겠습니다.

▶ 지금까지 김정길 전 장관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지은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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