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유치하지 않네
입력 2013-06-07 08:37  | 수정 2013-06-13 10:01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이런 드라마 설정은 자칫하면 유치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현실 가능성이 없는 드라마는 임팩트가 강하지 않으면 코웃음 칠 수밖에 없죠. 그냥 드라마려니, 영화려니 합니다. 그런데 SBS TV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는 꽤 진지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전작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부진을 생각한다면 강렬합니다. 2회 만에 전국 기준 시청률 12.7%(닐슨코리아)를 넘었습니다.
웬만해서는 ‘내가 이런 비밀이 있소라는 건 클라이맥스 때 꺼내 보여야 하는 카드인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초반부터 다 깠습니다. 상대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박수하(이종석)는 친구를 떠밀어 혼수상태에 빠뜨렸다는 누명을 얻게 된 같은 반 친구 성빈(김가은)의 말을 믿지 않는 변호사 혜성(이보영)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습니다.
알리바이가 없기 때문에 재판을 포기하려는 혜성을 향해 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그게 증거야”라는 수하의 고백 순간은 자칫하면 빵하고 웃음 터질 대사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이종석과 이보영이 연기를 잘한 면도 있겠지만 상황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당황해하며 이상하다는 듯 수하를 쳐다보는 혜성. 수하는 세상에는 아이큐 200인 사람도 있고, 100m를 9초에 뛰는 사람도 있다. 나 외계인 아냐. 지구에서 태어났다”고 태연하게 말하죠. 혜성은 몰(래)카(메라)보다 더 기분 더럽다”고는 하지만 결국 수하의 말을 듣게 됩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과 고등학생이 관련된 사건을 던져 놓고, 그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과거 이야기가 연결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2회와 1회는 또 다른 느낌인데요. 너무 빨리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변한 것 같아서 과거 이야기가 덜 익숙해져서 인지,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차차 적응될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재미도 있고요.
어렸을 적 차 사고를 당하고 정체불명의 남자(정웅인)는 무슨 이유인지 수하의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그 과정을 혜성이 보고, 법정에서 증언을 했죠. 그렇게 둘은 연이 생겼는데 어른이 된 혜성은 수하를 못 알아보네요. 수하는 혜성을 찾아 헤매다녔는데 말이죠.
드라마는 아직은 이보영과 이종석 위주로 흐르고 있습니다. 한 달에 300~400만원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나 대충 받고 시집이나 잘 가려는 생각인 속물 국선변호사 혜성이 수하를 만나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쏠리네요. 어른스러운 수하는 혜성과의 인연을 밝히지 않은 것도 흥미롭고요.
수다쟁이로 등장한 윤상현을 향한 기대도 큽니다. 국선변호사 관우를 연기하는 윤상현은 약간 못나고 지질한 캐릭터네요. 동그란 안경을 끼고, 촌스러운 머리스타일. 그리고 정장에 안 어울리는 하얀 양말까지. 그래도 인간적인 변호사로 나오는데, 혜성과 아옹다옹하는 그도 맛깔나네요.
그나저나 이종석은 교복이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드라마 ‘학교 2013 등을 통해 완벽한 교복 패션을 소화해 질릴 줄 알았는데 여전히 멋있습니다. 실제로는 26살인데 참 묘하게 잘 어울리네요. 이보영과 윤상현 배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3회 예고편에서 학교에 잠입 취재에 들어간 두 사람이 교복을 입었는데 ‘아주 살짝 어색했다는…. 어쨌든 다음 회에서는 성빈의 무죄를 위한 수사가 중심이 되겠네요. 멜로 드라마와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가 혼합된 드라마의 탄생이 반갑습니다.
참, SBS의 깨알 PR도 칭찬해줘야 할 듯합니다. 국선변호사 면접에 지원자가 많이 몰린 것을 두고 한 면접관이 ‘K팝스타 저리 가랍니다”라고 하더군요. 순간 뿜었습니다.
이상 ‘늑대인간 기자였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