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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윌 베나블이 말하는 ‘나의 아버지, 맥스’
입력 2013-06-07 07:10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어떤 직업이든 아버지의 길을 따라간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 길을 택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외야수 윌 베나블(30)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SK와이번스의 타격 코치로 있는 맥스 베나블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똑같은 외야수를 선택한 그는 2005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에 입단, 지금까지 같은 팀에서 활약 중이다. 5일 다저 스타디움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마침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바쁘신지 전화를 안 받으신다”며 웃은 그는 항상 연락하며 지낸다. 홈런을 치거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는 매우 좋아하신다”며 특히 한국에서 류현진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하시다 보니 다저스와 경기할 때 관심이 많으시다”며 근황을 전했다.
아버지의 안부를 묻자 미소가 얼굴에 번진 그에게 아버지 맥스는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그는 좋은 아버지이자 야구 인생의 멘토”라며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갈림길에서 손 내민 ‘야구 멘토

그는 그의 아버지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던 1982년 태어났다. 아버지가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 윌은 늘 나에게 야구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해주셨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그의 마음 속에서는 야구 선수의 꿈이 자라고 있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났던 윌은 샌 라파엘 고등학교 시절 야구, 농구, 육상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프린스턴에 진학한 다음부터는 농구와 야구를 했는데, 두 종목 모두 아이비리그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아이비리그에서 두 종목 올스타를 석권한 것은 크리스 영(워싱턴) 이후 그가 처음이었다.
대학교 4학년 시절, 그는 농구와 야구 두 갈림길을 놓고 고민했다. 두 종목 중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종목을 택하고 싶었고, 그 결과 야구를 선택했다.
내가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야구 선수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얘기해주셨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아버지를 따라 야구의 길을 선택했다. 아버지는 그런 그에게 조용히 힘을 실어줬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선수를 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절대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오히려 어떻게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를 콜업하는지를 알려주시는 등 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내가 느낀 유일한 부담은 야구와 농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최고의 지원자

2005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에 선발된 그는-여느 야구 선수가 그렇듯-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최고의 지원군이었다. 구단 산하 더블A 팀인 샌 안토니오 미션스에서 아버지를 타격 코치로 만났다.
아버지의 지도를 받은 그는 그 해 1년을 오롯이 더블A에서 보내며 팀을 텍사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때였다. 그리고 2008년, 트리플A에서 뛰던 그는 8월 말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콜업됐을 때, 아버지는 나를 감독과 코치들에게 데리고 가 인사시켰다. 버드 블랙 감독이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아버지는 나에게 ‘해오던 것들을 쉽게 바꾸지 말고 꾸준히 유지하라는 격려를 남겼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이후 꾸준히 출전 경기 수를 늘려왔다. 지난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148경기에 출전하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입지를 다졌다.
올해는 6일(한국시간) 현재 타율이 0.224로 다소 부진하지만, 7개의 홈런을 때리며 장타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일 LA다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상대 선발이 좌완인 이유로 명단에서 빠졌지만, 8회 대주자로 출전 1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최고의 활약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밝혔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걷고 있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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