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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결국 시시하게 끝나버린 진부한 ‘러브스토리’
입력 2013-06-07 07:07 

꼬이고 꼬였던 사각관계로 막나가는 치정극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남자가 사랑할 때가 신세경과 송승헌의 재결합으로 끝을 맺었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자주인공인 신세경과 남자주인공인 송승헌의 이어주는 진부한 사랑이야기였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모든 오해와 갈등, 반목이 끝나고 2년 뒤 모두가 웃은 행복한 미래가 그려졌다.
2년이라는 시간은 열풍 같은 욕심을 잠재우고 사람들을 조금 더 성숙하도록 도와주었다. 고장 난 폭주기관차마냥 태상을 향해 극단으로 치달았던 재희(연우진 분) 역시 눈을 가리던 오해라는 색안경을 벗고 예전에 밝고 착한 동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미도(신세경 분)는 자신을 옭매던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 층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태상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삐딱하게 보는 세상의 공격들로 몸살을 앓았다. 친어머니 내연남의 살인용의자로 몰렸고 그로 인해 자신이 세운 회사 골든트리에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을 쫓아다니던 성주(채정안 분)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지만, 끝내 오지 않은 신부로 인해 혼자 남겨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일어난 태상은 이후 누명을 벗고 세계적인 그룹 아시아스타의 부회장이자 친동생 태민(김서경 분)의 도움으로 기울었던 골든트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했다.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미도를 잊을 수 없었던 그는 그녀가 떠난 서씨글방을 인수해 별도로 운영했다. 이 서씨글방은 한국으로 돌아온 미도와 연결고리가 되어주며 이들의 사랑을 싹 틔우게 했다.
정통멜로를 전면에 내세우며 야심차게 시작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초반 사랑과 욕망사이 헤매는 네 남녀의 갈등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손쉽게 수목드라마 왕좌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문제는 중반 미도와 재희의 사랑이 시작되면서였다. 태상을 배신하고 불륜처럼 시작한 재희와 미도의 사랑이 안방극장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 그래도 미도와 재희가 사랑의 빠지는 과정은 비교적 심도 있게 다뤄진 덕분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미도의 교통사고 이후 태상을 오해하고 이를 푸는 과정, 그리고 재희와 사귀는 도중 다시 태상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과정 등이 지나치게 허술하게 그려지면서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것은 설득력을 잃어가는 캐릭터였다. 태상과 재희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미도는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신념을 분명하게 하겠다는 의지였는지 방송 내내 양다리를 걸치며 ‘희대의 어장관리녀의 면모만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갈수록 심해지는 피해의식과 오해로 점철된 재희 역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일조했다. 미도와 재희 뿐 아니라 태상을 힘들게 하는 극중 인물들의 행태는 작품의 제목을 ‘남자가 사랑할 때가 아닌 ‘남자가 불쌍할 때로 바꿔야 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부르기도 했다.
네 남녀의 치정극을 보여준다는 명목 하에 벌여 놓은 사건에 비해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너무 급하게 이루어진 것도 아쉬운 점 중에 하나다. 그 복잡했던 갈등들이 단 2회 만에 속전속결로 정리되는 과정들은 실소를 머금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막힌 둑이 터지듯 갑자기 모든 것이 잘 풀려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은 작위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만한 것은 매 작품마다 상대배우를 죽어나갔던 ‘신세경의 저주가 여기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랄까.
어찌됐든 지지부진했던 사랑이야기는 드디어 끝이 났다. 후속으로 카리스마 여선생 고현정과 그에 대립하는 반 학생들이 이야기 ‘여왕의 교실이 방송된다.
[MBN스타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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