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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추승우, 날아간 역대급 ‘명품’ 수비
입력 2013-05-30 22:37  | 수정 2013-05-31 02:01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이것이 바로 명품(名品) 수비였다. 하지만 패배에 가려진 반쪽짜리 수비로 끝났다.
한화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5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8회초까지 3-0으로 앞서다 8회말 와르르 무너지며 5실점 했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씁쓸한 패배였다.
이날 역전을 당하기 전까지 한화의 경기 내용은 좋았다. 선발투수 김혁민이 6⅔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또 공격에서는 LG전 타점이 없었던 김태균이 원맨쇼를 펼쳤다. 3회와 5회 각각 2타점, 1타점 적시타로 결승 3타점을 쓸어담으며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52경기 연속 출루 대기록도 이어갔다.
이날 경기 한화의 최고 핫 플레이어는 5회말 대수비로 교체 투입된 외야수 추승우였다. 적어도 8회초까지는 그랬다.

추승우는 팀이 3-0으로 앞선 5회말 좌익수 최진행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5회초 추가점을 뽑으며 확실한 리드를 잡은 한화의 수비 강화를 위한 김응용 감독의 한 수였다. 김 감독의 절묘한 수는 적중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막아낸 한화는 5회 위기를 맞았다. 1사 이후 까다로운 타자 이대형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다음 타자는 이날 앞선 두 차례 타석에서 2루타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한 톱타자 오지환이었다.
김혁민은 오지환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를 강타 당했다. 오지환의 타구는 좌측 펜스를 넘길 듯이 뻗은 대형 아치를 그렸다. 이때 추승우가 공의 궤적을 따라 펜스 끝까지 따라붙은 뒤 힘껏 점프해 펜스 상단에서 공을 낚아챘다.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였다.
추승우의 수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발빠른 1루 주자 이대형은 안타를 확신하고 이미 2루 베이스를 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추승우는 곧바로 자세를 잡은 뒤 유격수 이대수에게 전광석화처럼 연결했고, 이대수는 1루수 김태균에 송곳 송구를 뿌렸다. 추승우의 호수비에 당황한 이대형이 재빨리 귀루했지만, 완벽한 수비에 공보다 발이 빠르진 못했다.
추승우의 환상적인 더블 아웃으로 한화는 승부처였던 5회 반환점을 실점 없이 넘겼다. LG 홈팬들도 넋을 잃고 한때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던 추승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화의 승리로 끝날 경우 추승우가 최고의 수훈선수로 꼽힐만한 경기였다.
하지만 한화는 LG의 뒷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마무리 세 번째 투수 김광수가 3실점(2자책)을 한데 이어 믿었던 마무리 송창식마저 1이닝 2실점으로 무너져 어이없는 역전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날 한화는 추승우의 판타스틱 수비도 있었지만, 8회말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2루수 한상훈의 결정적 실책이 더 기억에 남은 최하위의 한계를 느낀 경기 결과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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