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4번타자’ 정의윤…김기태 감독의 촉 아닌 속내?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는 ‘4번타자 정의윤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최근 팀에서 가장 잘나가는 타자. 그런데 정의윤이 올 시즌 첫 4번타자로 서기까지 사연이 있었다. 단지 김 감독의 촉(?)이었을까.
정의윤은 타격감이 무섭게 올랐다. 최근 8경기 타율 4할6푼7리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 3할1푼4리로 뛰어 올랐다. 5월에만 멀티히트 11회를 기록하는 등 방망이가 매섭다. 지난 26일 잠실 SK전에서는 9회말 짜릿한 끝내기 2루타를 작렬했고, 29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결승 선취점을 뽑는 2안타를 폭발시켰다.
특히 이날은 정의윤이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4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날이었다. 정의윤은 2-0으로 앞선 3회말 이태양을 상대로 우측 펜스를 때리는 적시 3루타를 터뜨리며 시즌 2호 홈런 감을 잡는 등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30일 잠실 한화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기태 감독도 정의윤의 최근 활약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정의윤에 대해 스스로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을 많이 한 결과”라며 치켜세우면서도 이제 서서히 올라서는 단계인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김 감독은 어제 펜스를 직접 맞혔기 때문에 이제 어떻게 해야 넘기는지 방법을 알아내는 것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거포로서 필요한 홈런이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였다.

꾸준히 맹타를 휘두르는 정의윤이 4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LG의 4번타자 갈증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전날 정의윤이 4번을 맡은 것도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닌 김 감독의 촉이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원래는 5번에 넣으려고 하다가 이상하게 4번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4번은 선수들이 가장 치고 싶어하는 타순 아니겠나?”라며 흐뭇하게 웃은 뒤 예전부터 정의윤이 잘할 때 한 번 4번으로 써볼까 생각을 하긴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정의윤을 4번으로 쓴 것이 외모 때문은 아니다”라며 농을 섞어 손사래를 쳤다. 김 감독의 마음 속에도 4번타자 정의윤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말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김 감독의 촉은 첫 4번 출전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정의윤은 4번타자로서 역할도 완벽히 수행해냈다.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춘 정의윤이 과연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고 LG의 신(新) 4번타자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정의윤은 한화전서 이틀 연속 선발 4번타자로 출전한다. 시즌 2호포가 이날 터지면 완벽한 시나리오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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