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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자존심?’ 류제국, ‘정면승부’ 득인가, 독인가?
입력 2013-05-26 19:31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인가. 위기를 극복하는 정면승부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위기도 많았다. 정면승부의 후유증이었다.
LG 트윈스 우완 류제국이 한국프로야구 두 번째 선발 등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매이닝 위기 속에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위기 상황서 집중력이 대단했다. 류제국은 26일 잠실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지만, 승패 없이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데뷔전서 5⅓이닝 4실점 했던 류제국은 두 번째 등판서 거둔 무실점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류제국은 94개의 공을 던지며 너무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매이닝 위기를 자초한 것도 과정이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류제국은 대담한 결정구로 위기를 극복해냈다. 이날 기록한 탈삼진 6개는 대부분 결정적 순간에 나왔다.
류제국은 1회부터 위기를 자초했다. 선두타자 정근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견제 송구 실책, 조동화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올 시즌 최고의 타격을 선보이고 있는 최정. 류제국은 최정을 공 4개로 루킹 삼진 처리한 뒤 김상현을 3루 땅볼, 박정권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대 위기서 중심타선을 잠재운 정면 돌파였다.

류제국은 2회 2사 이후 박진만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했지만, 조인성을 투수 앞 땅볼로 가볍게 잡아냈다. 3회는 다시 위기였다. 첫 상대에서 연속 볼넷을 내줬던 정근우와 조동화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최정과 김상현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제국은 박정권을 상대로 과감한 승부를 했다. 3구 헛스윙 삼진. 위기 때 더 빛난 집중력이었다.
4회도 그냥 넘기지 못했다.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줬다. 류제국은 거침없었다. 박재상의 투수 앞 희생번트 때 곧바로 2루 선행주자를 노려 잡아냈다. 박재상에게 결국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조인성을 3루 병살타로 유도해 또 한 번 위기를 넘겼다.
위태롭게 버틴 류제국은 5회 찾아온 최대 위기를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 류제국은 1사 이후 조동화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최정을 고의 4구로 걸렀다. 이어 김상현에게 유격수 내야안타를 맞고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류제국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미 한계 투구수에 다다른 류제국을 위한 조치였다.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투구수는 80~90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상 5이닝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5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투구수가 90개를 넘은 상황이었다. LG 벤치는 무리한 투구보다 교체를 선택했다.
류제국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상열과 이동현이 대타 조성우와 이재원을 연속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류제국의 자책점을 0으로 막아냈다.
이날 류제국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이며 상대 타선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투심 페스트볼의 제구는 예리했고, 커브의 각도도 컸다. 특히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승부는 SK 타선을 혼란스럽게 했다. 경기 내내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도 좋았다.
하지만 이날 매이닝 맞은 위기는 경기 내내 불안감을 가져다줬다. 5회를 채우지 못한 것도 많은 투구수 때문. 지난 경기보다 적은 이닝을 소화하고도 13개나 더 던졌다. 정면승부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지만,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류제국은 이제 두 번째 팀을 상대했다. 상대 타자들의 특성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류제국은 많이 맞아봐야 어떻게 던질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삼진보다 맞춰 잡는데 주력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류제국의 도망가지 않는 투구는 국내 적응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자 겁 없는 스타일의 표출이기도 했다. 두 경기서 보여준 류제국의 정면승부는 에이스로서 자격을 보여준 독이 아닌 득이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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