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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위기 있었어요?”…류중일의 이유 있는 여유
입력 2013-05-15 15:37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아, 그게 정규경기였구나!”
프로야구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지난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너스레를 떨었다. 올 시즌 초반 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재치있는 답변이었다. 특히 대구 개막 2연전에 대한 얘기다.
디펜딩챔피언 삼성은 대구 개막 두산 2연전에서 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30일 두산전에서는 만루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며 4-9로 졌고, 31일 두산전에서도 3-7로 패했다. 4월 내내 들쭉날쭉한 성적으로 4~5위권을 맴돌던 삼성은 5월부터 수직 상승 곡선을 그렸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그랬다. 개막 2연패를 당하는 등 초반에 부진했다. 4월 승률이 5할을 넘지 못했고, 5월초 7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삼성은 6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타더니 결국 7월에 선두를 꿰찼다.
류 감독의 재치있는 대답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류 감독은 언제 위기가 있었어요?”라며 껄껄 웃은 뒤 개막전이요? 그거 시범경기 아니었나요? 아, 그게 정규경기였구나”라고 특유의 넉넉한 농을 던졌다.

사실 삼성은 올 시즌 위기론이 맴돌았다. 다른 팀들이 전력 보강을 한데 비해 오히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불펜 약화 현상이 뚜렷했다. 정현욱이 LG 트윈스로 이적한데 이어 권오준이 팔꿈치 수술로 전력에서 제외됐고, 권혁이 2군을 오가는 사이 1군에서 제외돼 안지만도 재충전에 들어갔다. 박한이 역시 지난 12일 손목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뺐다.
하지만 류 감독은 흔들림이 없었다. 여유다. 류 감독은 시즌은 길게 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부상이 있으면 확실하게 휴식을 취하고 올라오는 것이 더 낫다”라고 했다. 탄탄한 선수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급하지 않은 류 감독의 리더십이 한 몫하고 있다.
결과는 지난 시즌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삼성은 껄끄러운 상대였던 두산을 꺾고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20승10패로 올 시즌 첫 단독 선두 자리에 우뚝 섰다.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빠른 페이스다.
삼성이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올 시즌 다른 팀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5연패 탈출과 함께 재시동을 건 KIA(4위)를 비롯해 두산(3위), 넥센(2위) 등 격차가 2.5경기 내에 있다. 하지만 떡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다. 지난해 삼성은 한 번 잡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일궈냈다.
삼성은 빠르면 이번 주말 안지만이 돌아온다. 또 박한이도 1군 복귀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예정이다. 타선의 집중력도 레이스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주 대진도 나쁘지 않다. 두산전 이후 NC전 원정길에 오른다. 이번주 두산-NC전 시리즈 결과는 최근 뜨거워진 선두권 경쟁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선두권 행보에 리드를 잡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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