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빅딜 후 첫 대결의 승자는 KIA였다. 그리고 1이닝 퍼펙트와 함께 3266일 만의 감격적인 홀드를 기록한 신승현이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또 한 명의 빛나는 주인공이 있었으니 김진우였다.
4월 평균자책점 2.29로 호투했던 김진우는 5월 들어 삐걱거렸다.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지난 2일 두산전과 지난 8일 롯데전에서 3실점씩을 했다.
때문에 지난 14일 SK를 상대하는 김진우의 마음은 절박했다. 더 이상 팀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김진우는 오늘도 못 던져서 패전투수가 되면 2군에 간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KIA는 5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다. 김진우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런 김진우를 바라보면서 SK는 우려했다. 지난달 19일 자신들을 상대로 탈삼진 10개를 잡으며 승리를 거뒀던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김진우의 변화구에 당하면 안 될텐데”라고 했는데, 걱정은 현실이 됐다.
김진우는 최고 구속 149km의 빠른 볼과 낙차 큰 변화구로 SK 타자들을 요리했다. 탈삼진을 9개나 잡았다. 1회(23개)와 5회(25개) 투구수가 많았으며 사사구가 4개를 기록했으나 피안타는 불과 3개였다. SK 간판타자 최정도 김진우에게 사구 1개만 얻었을 뿐, 두 차례나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김진우의 이날 투구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총 99개의 공을 구종을 달리 해, 매우 효율적으로 나눠 던졌다. 슬라이더가 26개로 가장 많았으며 직구와 커브, 싱커는 24개씩이었다. 특히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송은범에게 배워 그립을 바꿨는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흔들렸던 투구 밸런스도 다시 잡혔다. 힘에만 의존했던 투구에서도 벗어났다. ‘완벽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니, 예의 위력을 되찾았다.
김진우의 완벽투와 승리는 KIA에게 반갑기 그지없다. 최근 선발투수들이 다소 부진을 겪었다. 타선 지원이 없는 불운도 따랐지만, 이 경기 전까지 5월 들어 선발승이 딱 2번이었다.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 5일 넥센전의 헨리 소사는 선발승을 했지만 홈런 2방을 맞으며 7실점이나 했다. 쑥스러운 선발승이다.
그런 가운데 김진우가 호투를 펼친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팀을 구하고 다시 막강 선발진의 기틀을 마련했다. 선동열 감독의 입가도 미소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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