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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더비] 88분 앞섰던 FC안양, 수원에 1-2 역전패
입력 2013-05-08 22:10 

[매경닷컴 MK스포츠(안양) 임성일 기자] 통한의 6분이었다. 88분 동안 잘 싸웠던 FC안양이 추가시간을 포함해 마지막 6분을 버티지 못하고 1-2로 역전패했다.
K리그 챌린지의 FC안양과 K리그 클래식의 수원삼성이 8일 오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A컵 32강전에서 만났다. ‘10년 만에 부활한 지지대 더비로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 경기에서 수원이 후반 43분 상대 자책골 그리고 추가시간에 터진 서정진의 역전골에 힘입어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사실 왕년의 라이벌 관계를 운운하기에는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FC안양은 이제 갓 창단한 2부리그 클럽이고 수원은 K리그 클래식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다. 하지만 의욕이 넘친 쪽은 안양이요 부담스러운 것은 수원이다.
FC안양 측은 FC컵 32강 조추첨식에서부터 서울이나 수원과 붙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고 했을 만큼 의욕이 넘쳤고 수원이 파트너로 결정되자 잔칫집 분위기였다. 이우형 감독은 K리그 챌린지에서는 성적이 썩 좋지 않으나 수원전만은 다를 것”이라는 호언장담으로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운명의 장난 같은 만남이 수원 입장에서는 달가울 게 없었다. 그렇다고 베스트 멤버를 가동할 수도 없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정대세 스테보 보스나 곽희주 홍철 등 주전들을 숫제 엔트리에서 뺐다. 선발 명단 속에도 그간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하던 이들이 대거 투입됐다. 정성룡 라돈치치 곽광선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1.5군 멤버였다. 똑같이 힘을 집중할 순 없었다.
양 팀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경기는 흥미롭게 진행됐다. 10년을 기다린 홈 팬들의 뜨거운 자줏빛 응원 속에서 FC안양은 수원삼성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단순히 잘 맞선 수준이 아니라 수원을 위협하던 장면도 심심치 않았다. 전술적인 세련됨보다는 확실히 정신무장이 잘 된 모습이었다. 전력 차를 인정한, 깔끔한 도전 정신이었다.
전반 45분의 0-0은 수원이 못한 것보단 안양이 잘한 결과다. 서정원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박종진을 빼고 주축 공격수 서정진을 투입한 것은 이대로 경기가 흐르면 득 될 것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선제골은 안양의 몫이었다.
후반 7분 김원민의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정재영이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침착하게 방향을 접어 수비수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슈팅으로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이 몸을 날렸으나 방향이 워낙 좋았고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안으로 굴절돼 들어갔다. 10년을 기다린 안양 팬들이 폭발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서정원 감독은 후반 10분 조지훈이 빠지고 오장은이 곧바로 투입됐다. 7분 뒤에는 추평강도 넣었다. 수원이 바빠졌다. 적극적으로 몰아붙였고 경기 양상도 수원 쪽으로 기울었다. 이 와중 변수가 발생했다.
안양의 주전 골키퍼 정민교가 어깨 부상으로 밖으로 나오고 백성우가 대신 골키퍼 장갑을 끼었다. 몇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면서 리드를 지켜왔던 수문장의 이탈은 적잖은 손실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틈이 승패를 갈랐다.
생각지 못한 변수였으나 일단 FC안양 선수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외려 더욱 똘똘 뭉치게 하는 매개체가 된 듯했다. 시종일관 수원이 두들겼으나 FC안양 선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벽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는 후반 43분까지 흘렀다. 그대로 끝날 것이라는 예감에 안양 팬들이 뜨거워질 무렵 그야말로 찬물이 끼얹어졌다.
후반 43분, 하프라인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안양의 수비수 정현윤이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아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중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백성우 골키퍼의 미흡한 대처도 아쉬웠다. 안양이 다 잡은 듯싶었던 경기는 연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섣부른 판단이었다.
추가시간, 하프라인에서 곽광선이 길게 올린 프리킥을 라돈치치가 머리로 떨궈줬고 이를 쇄도하던 서정진이 밀어 넣으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FC안양의 보랏빛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수원이 막바지 5분 사이에 2골을 몰아치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너무도 잘 싸운 FC안양으로서는 통한의 결과였다. 하지만 부활한 ‘지지대 더비의 미래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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