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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K리그 역사에 22년 현역, 영원한 피터팬 김병지
입력 2013-05-08 09:16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1983년 5월8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유공과 할렐루야의 역사적인 개막전과 함께 태동한 대한민국 프로축구리그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2013년 어버이날을 맞아 K리그도 이제 어버이가 될 정도의 나이를 먹었다.
흑백 사진 속에서 시작한 역사는 벌써 오래된 과거가 된 느낌이다. 강산도 세 번 변했을 시간인데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요즘의 빠른 흐름을 감안하면 옛 이야기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이제 적응이 될 듯싶은데도 여전히 신기하다. 1992년 데뷔해 2013년 현재까지 당당히 주전 수문장으로 뛰고 있는 김병지 이야기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30주년을 맞아 각종 기록들을 정리하고 있다. 첫 골, 첫 도움, 최다 골, 최다 도움 등 다양한 기록들이 모두 값지지만 김병지가 계속해서 찍어나가고 있는 최다출전 기록이야말로 의미가 깊다.
보기에 화려하진 아닐지언정 묵묵한 소나무처럼 은은한 향을 뿜어내는 김병지의 현재 진행형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병지를 향한 박수갈채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30번째 생일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또 그가 떠오른다.

1992년 현대 소속으로 시작된 그의 수문장 출전 이력은 2013년 전남으로 소속팀이 바뀐 현재까지 22시즌 동안 615경기(2013년 5월5일 기준)라는 어마어마한 탑을 세웠다. 22년 동안 615경기에 나오려면 시즌 평균 28경기를 소화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는 이제 시즌 초반이다. 매년 서른 경기 이상씩 강행군 했다는 뜻이다. 지칠 만도 한데 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경남FC 소속으로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600경기 출전을 돌파한 김병지는 올해 초 전남드래곤즈와 2년 계약을 했다. 1970년생, 마흔 줄을 훌쩍 넘은 나이에 다른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자체로 놀라운 일이지만 그저 후배들을 이끄는 라커룸의 정신적 리더가 필요해서 그를 부른 게 아니다.
2013시즌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김병지가 출전한 경기는 10경기다. 올 시즌 전남의 No.1 수문장은 김병지라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치열한 강등 전쟁 끝에 살아남았을 정도로 전남의 스쿼드는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올해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전남의 순위는 14개 팀 중 9위. 호성적이라 말할 수는 없으나 중위권을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올해는 기본적으로 2팀이 강등된다. 치열하게 살 떨리는 레이스에서 그만하면 선전이다.
김병지 골키퍼의 공이 적잖다. 전남이 9경기 동안 뽑아낸 득점은 9골이 전부다. 무딘 창이다. 그럼에도 2승5무3패로 한 자릿수 순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김병지가 이끄는 수비진이 9실점으로 막아낸 덕분이다.
1968년생인 전남의 하석주 감독과는 두 살 터울이고 소속팀의 김도근 코치나 이민성 코치는 김병지보다 후배다. 다른 팀의 벤치를 봐도 김병지보다 후배 지도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김병지는 여전히 현역이다. 느낌상으로는 영원히 현역일 것 같은 피터팬이다. 불로초를 먹을 것도 아니고, 그만큼 치열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K리그 클래식의 또 다른 철인이자 김병지의 동반자인 전북현재의 골키퍼 최은성은 난 아직도 병지형을 따라가려면 한참 부족하다”고 겸손해할 정도다. 김병지보다 1살 어리고(1971년생) 최은성 역시 500경기 이상 출전한 철인인데도 김병지는 차원이 다르다고 고개 젓는다.
물론 선배에 대한 예우가 포함된 평가이기는하지만 그렇게 예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선수로서 또 인간으로서 잘 살았다는 방증이다.
약관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해 불혹을 넘겼다. 입단할 무렵 이제 막 스무 살을 지나던 풋내기 어른이 프로 커리어 속에서만 또 다시 어른이 되는 세월을 보냈다. 새삼스럽게 조명이 필요한 영원한 피터팬 김병지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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