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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창’ 쥔 전북과 서울, 선제골은 의미 없다
입력 2013-05-03 15:25  | 수정 2013-05-03 16:52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전북현대와 FC서울이 5월5일 어린이날에 충돌한다. 10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다. 다양한 공격옵션을 쥔 팀들이라 화끈한 대결이 기대된다.
조건도 잘 깔렸다. 홈팀 전북은 지난 1일 중국에서 열린 ACL 6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0-0으로 비기면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FC서울 역시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최근 3승1무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로 홀가분한 마음에서 제대로 된 한판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근래 몇 시즌의 흐름을 본다면, 사실상 K리그 클래식의 진짜 라이벌이라 부를 수 있는 두 팀이다. 통상적인 포커스는 서울과 수원, 수원과 서울이 맞붙는 이른바 ‘슈퍼매치에 맞춰지는 게 사실이다. 경기 내적으로도 경기 외적으로도 서울과 수원의 만남은 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성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전북과 서울, 서울과 전북의 충돌도 그 이상의 파장을 일으키는 빅매치다.
두 팀은 최근 K리그 우승을 양분하고 있다. 2009년 전북이 정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 FC서울이 챔피언에 등극했고 2011년 전북이 탈환하자 다시 지난해 서울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호각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강호들이다.

올 시즌 역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2위에 그친 전북은 케빈 이승기 정혁 정인환 박희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불러 모으면서 정상 탈환을 위한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기존의 이동국 에닝요 김정우 레오나르도 등과 함께 호화멤버를 구축했다.
FC서울 역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연패를 기록했던 성남일화 이후 10년 간 명맥이 끊긴 연속 챔피언에 도전하기 위해 채비를 단단히 했다. 지난해 우승 멤버들을 고스란히 지키는 동시에 윤일록을 추가하면서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두 팀 공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시즌 초반이다.
FC서울은 혹독한 챔피언 후유증을 겪었다. K리그 클래식 7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4무3패, 단 1승조차 올리지 못하는 극심한 부진 속에서 리그 12위까지 추락했다. 최근 대구와 강원을 거푸 잡으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으나 객관적인 약체를 상대로 했던 2연승이기에 아직은 판단을 유보하는 시선이 많다.
전북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는 저조하다. 9라운드 현재 4승2무3패로 6위에 그치고 있는 전북이다. 언뜻 무난한 성적으로 보이지만 대상이 전북이라면 만족할 수 없는 순위다. 특히 12골이나 내준 수비진은 매 경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쿼드 면면이 많이 바뀐 만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셈이다.
어느덧 시즌 열 번째 라운드를 맞이하기에 공히 속도를 높여야하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만남이라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북도 서울도, 현재 믿을 구석은 막강한 화력이기에 볼만한 맞불이 예상된다.
다른 팀들이 마땅한 골잡이가 없이 시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전북과 서울은 확실한 공격수들이 풍성하다. 마치 ‘가지창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가지창이란, 이(二)지창이나 삼(三)지창 등 끝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무기를 말한다. 공격수들이 여럿 포진됐다는 뜻이다.
전북의 선봉은 역시 이동국이다. K리그 통산 최다골(144골) 보유자인 이동국은 올 시즌도 3골을 기록 중이다. 썩 많은 골은 아니지만, 상대의 견제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조력자로서의 임무를 충실한 과정에서 나온 포인트라 부진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이동국 덕분에 에닝요와 레오나르도 등도 3골씩 터뜨렸다. 여기에 박희도 이승기 케빈 등 ‘넣을 수 있는 창들이 수두룩하다.
FC서울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31골로 역대 1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면서 득점왕에 오른 데얀은 올해도 벌써 6골을 넣었다. 김신욱과 이 부문 공동 1위다. 지난해 도움왕 몰리나 역시 벌써 5개의 어시스트로 역시 한상운과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다. 과연 ‘데몰리션 콤비다. 여기에 올 시즌 측면 공격수로 전진배치된 고요한이 3골로 뒤를 받치고 있다. 여기에 에스쿠데로, 김현성, 하대성 등 역시 ‘또 다른 창들이 많은 서울이다.
‘닥공(닥치고 공격)과 ‘무공해(무조건 공격해)로 대변되는 전북과 서울이기에 화끈한 정면충돌을 예감케 하는 만남이다. 강팀끼리의 맞대결은 흔히 선제골의 중요성이 부각되지만 두 팀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전북과의 대결은 선제골 싸움이 아니다. 우리도 전북도, 언제 어디서 골이 터질지 모른다”면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 양 쪽에 많다. 따라서 90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말로 난타전을 점쳤다.
화려한 창을 쥐고 있는 두 팀이 중요한 길목에서 만났다. 마침 어린이날이다. 축구장을 찾을 수많은 어린이 팬들에게 되도록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원한 창대 창의 대결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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