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자이언티, 대중과 몸을 섞다
입력 2013-05-03 13:55  | 수정 2013-05-03 14:01

그림을 그리는 소년에서 멜로디를 그리는 자이언티로.”
2011년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힙합씬에 반향을 일으킨 자이언티. 왜 이제야 나타난 거예요?”라고 첫인사를 건네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소년이 있었다. 미술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까닭에 포기했다. 대신 ‘음악이라는 대체품을 찾았다. 자기 방도 따로 없었던 소년은 거실에 있는 어머니의 컴퓨터와 용돈을 모아서 산 30만원짜리 마스터 키보드(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애장품)와 3만원짜리 마이크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랩을 썼다. 그런데 그걸 기존 랩퍼들이 하듯이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곡에 다시 재해석해야 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직접 곡을 쓰기 시작했다. 근데도 다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목소리가 랩으로 잘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써놨던 랩에 곡을 역으로 입히는 작업을 해봤어요. 흔히 멜로디 랩이라고 불러요.”
졸업 후에도 계속 음악을 했고 2010년엔 그의 데뷔 곡 ‘클릭미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만들어 놓고 묵혀두기만 했다. 아직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그러던 중 도끼(Dok2)에게 같이 음악을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이것이 계기가 됐다.
도끼의 주변엔 제가 존경했던 많은 뮤지션들이 있었어요. 그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그들이 해준 평가와 인정이 자의식을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해줬죠.” 그렇게 1년이 흐르고 ‘클릭미를 세상에 발표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자이언티는 독특한 보컬과 음색만큼 ‘특이한 패션세계를 갖고 있다. 빡빡 머리에 뒷머리는 길게 길러 꼼꼼하게 땋았다. 공연 때는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낼 과감한 패턴의 수트를 즐겨 입는다.
그런데 그는 사실 자신을 꾸미는데 투자를 많이 하던 성격은 아니었다고 한다. 내성적인데다 친구도 많이 없었다. 다만 한가지, 그림을 좋아했던 그는 시각적인 것에 매우 예민했다.
내성적이지만 남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늘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해요. 옷도 마찬가지고요.”
자이언티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선글라스 스타일링은 아주 우연히 시작됐다.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많이 했던 그는 처음 자이언티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를 때 자신만의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 뮤지션들은 비주얼에 대해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영감을 받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빠의 선글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집어서 쓰고 머리엔 헌팅캡을 얹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 때 이후 사람들은 자이언티 하면 지금처럼 선글라스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재밌어 점차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다. 선글라스만큼은 스타일리스트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고르고 구입한 애장품들을 쓴다.
자이언티의 ‘최번개설은 이렇게 해명이 된 듯 했다. 자이언티가 즐겨쓰는 선글라스의 동그란 프레임이 게임 케릭터 최번개랑 닮았다고 해 붙여진 별명. 사실 그가 소장한 다양한 프레임의 선글라스에 비하면 최번개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독특한 스타일 때문일까, 아니면 자이언티의 신선한 말투 때문 일까. 자이언티의 연관 검색어에는 ‘자이언티 장애인 ‘자이언티 외계인이 있다! 조심스럽게 이런 얘길 꺼냈더니 쿨한 대답이 돌아온다.
한국 사람들이 ‘새로운 것이나 ‘나와 다른 것에 많이 인색한 것 같아요. 제가 특이하긴 하죠. 그래도 나쁜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 저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서 기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이어진 일침. 솔직히 장애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아요. 정상인도 없고요.”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늘 재미를 찾는 그의 정서는 음악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자이언티의 노래에서는 ‘감정보다는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표현들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를테면 ‘슬퍼 ‘아쉬워 ‘외로워 같은 말보다 ‘아름다워 ‘와우 감탄사가 나와 같은 말들을 노래에 담는다.
그는 음악에 평소의 화법이나 말버릇 등을 그대로 옮기는 편인데 평소에도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사실 그것이 조금 서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뮤즈는 누굴까 궁금했다. 그는 스치는 모든 일상이 뮤즈가 된다. 술, 담배를 안 하고 대신 전시회 같은 곳을 다니면서 시각적인 자극을 얻는다”고 했다.
잠깐 잡았던 커피잔의 따뜻한 온기, 잠깐 이지만 순간의 느낌들 그리고 ‘어 하는 순간의 상황에서 영감을 얻어요. 한 번은 여자의 구두 굽 소리를 듣고 입에서 저절로 멜로디가 나오기도 했어요. 정말 리드미컬해요. 여자들은 감정 상태에 따라 굽 소리가 다른 것 같아요. 다급할 때나 여유로울 때, 도도해 보이고 싶을 때마다 다 다르죠. 이런 발자국 소리가 즉 템포고 멜로디가 되요.”
정규 앨범이 나오기 전에 선공개한 ‘뻔한 멜로디는 이러한 자이언티의 색이 잠깐 부재 중이다. 그간 펑키한 음악을 한데 비해 차분한 발라드여서 다르게 들리는 것도 있지만, 가사에서도 그가 말한 것과는 달리 감정 표현들이 많다. 왤까.
그는 그 노래 만들 때 실연을 했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그러니까 그런 가사도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 내가 어이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괜히 노래에 투정을 부린 것 같아요. ‘뻔한 멜로디라 하면서요”라고도 했다.
‘뻔한 멜로디의 부제가 ‘두 가지 멜로디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에겐 또 다른 자이언티를 보여 줄 수 있는 첫 시도였다. 아직은 내면의 표현이 낯설고 어렵지만 앞으로도 조금씩 해 볼 생각이란다.
요즘엔 다음 앨범 생각에 여념이 없어요. 사실 좋아해주시는 팬들께는 미안하지만 저는 지금 앨범이 지겨울 정도에요. 작업 기간이 길었거든요. 곡에 따라 3년 된 곡도 있고. 수천 번은 들었을 거에요”
보컬리스트 보다는 프로듀서 겸 싱어로 불리고 싶다는 그는 자신이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이 확립 되면서부터 앨범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자이언티=뮤지션을 대중들에게 가장 잘 각인 시킬 수 있는 법은 그것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경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