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미국'만 쳐다보는 북한, 대북 특사 시큰둥한 '중국'
입력 2013-05-03 12:13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7명이 곧 내려올 것 같습니다.

발목을 잡았던 임금과 세금 등 미수금 문제에 대해 남북이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봤다는 소식이 전해진 터라 기대는 더 큽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의 오늘 브리핑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김형석 / 통일부 대변인
- "많은 사항에 간극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좁혀가고 있지만, 최종 마무리나 매듭은 지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늘쯤 우리 인원이 귀환할지에 대해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습니다."

어쨌든 오늘쯤 이들이 통일대교를 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들 7인의 귀환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관계 단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개성공단은 10년 만에 단 한 명도 남지 않는 유령 공단이 될 운명에 처한 걸까요?

그렇다고 개성공단이 영영 폐쇄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남과 북 모두 개성공단 폐쇄는 원치 않는 만큼, 지금의 남북관계만 풀리면 얼마든지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과 중국의 대북특사설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썩 낙관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 최고 재판부는 어제 6개월째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 씨에 대해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했다고는 하지만, 15년 형은 터무니없는 과한 형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북한이 이런 과한 형을 선고하고, 이를 떠들썩하게 외부에 알린 것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직접 와서 데려가라는 뜻입니다.

미국은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이 특사로 가서 미국인을 데려온 적이 있는데, 아마도 북한은 이를 다시 원하는 듯싶습니다.

미국의 공식 반응을 들어보죠.

▶ 인터뷰 : 패트릭 벤트렐 / 미 국무부 대변인
- "해외에 있는 미국 시민의 안녕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습니다. 북한 당국에 배 씨의 사면과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합니다."

미국은 그러나 배 씨 석방을 위해 특사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도 이번에는 북한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배 씨를 그냥 두고 볼 수만 없는 것도 미국의 현실입니다.

북한을 설득해 배 씨를 석방시키든, 아니면 특사가 가서 데려오든 배 씨의 신병을 확보해야 합니다.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미 공조의 균열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 선 비핵화, 후 대화'라는 큰 틀의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이 '선 대화, 후 비핵화'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차질을 빚게 되는 걸까요?

▶ SYNC : 박근혜 / 대통령
- "개성공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남북 간 합의를 지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승용차 지붕에 가득싸매고 나오는 모습을 전 세계인들이 TV를 통해 봤는데 이제 세계 어느 누가 북한에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전 수석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지지 않는다고까지 했습니다.

▶ 인터뷰 : 천영우 /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 "(미국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웰컴'이라고 했는데, 환영한다는 이야기하고 지지한다는 이야기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섣불리 예단할 일은 아니지만, 미국과 탄탄한 대북 공조를 통해 이번에는 북한의 잘못된 버릇을 잡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도 우리의 기대와는 조금 다르게 가는 모양새입니다.

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6자회담 대표 회동에서 중국은 북한에 당장 특사를 보낼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 쪽 6자회담 대표인 임성남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회담 직전에 "중국의 특사파견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회담 이후에도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중국이 당장 대북특사를 보낼 계획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달 한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중국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하려던 우리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편'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할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지금의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쩌면 외톨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무시하고 미국하고만 대화하고 싶어하는 북한, 그런 북한을 묵인하는 중국, 그리고 자국민 신변 안전을 위해 이를 슬쩍 눈감아줘야 하는 미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강경 대응을 천명한 우리만 외톨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중국과 미국을 디딤돌로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다시 불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고도의 외교 역량이 필요한 일입니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한반도 운명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면서도 주변국들과 한목소리를 낸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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