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리뷰]‘전국노래자랑’, 이경규 영화라는 편견은 버려
입력 2013-04-24 08:52 

일요일 점심시간. 귀에 익은 실로폰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멜로디. MC 송해 형님 혹은 오빠의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멘트와 함께 시작하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은 1시간여 동안 웃음과 재미를 준다.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출연진은 MC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한주간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활력소가 됐다.
그 시간이 1시간 더 늘었다. 웃음과 재미, 감동도 두 배가 됐다.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은 TV에 출연해 노래 불렀던 이들이 무대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전한다. 33년 ‘역사 동안 방송횟수만 1650여 회, 출연자만 3만 명인 국민 프로그램. 어마어마한 숫자의 출연자 대부분은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거다.
정말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 중국집 홍보를 위해 출연한 사장님, 사랑하는 사람에게 방송을 통해 고백하려는 남녀 등등. 출연진의 목표는 각자 다르겠지만 어느새 노래로 하나가 돼 즐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도 그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치하고 싫증 날 이야기일 것 같다고? 물린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분명 노래와 영화의 즐거움을 모르는 이들일 게다.
영화는 표면상 과거 가수의 꿈을 잊고 살던 ‘셔터맨 봉남(김인권)이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통해 가수가 되는 것이지만, 다른 출연진의 에피소드도 재미가 넘친다. 또한 엄마와 캐나다로 떠나기 때문에 할아버지(오현경)와 이별해야 하는 소녀 보리(김환희)의 이야기는 감동과 눈물을 담당한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가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은 아니다. 그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고, 무조건 흠 잡으고 영화를 바라보지 말라는 얘기다. 그가 기획하고 제작했으니 그의 아이디어와 요구가 은연중 들어갔을 수 있겠지만, 영화는 신인 감독 이종필의 노력이 전면에 드러난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텐데도 몰입도를 높여가며 집중시키더니 어느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다.
김인권의 연기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코믹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매력에 또 한 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의 표정과 행동들은 웃음의 뇌관을 건드리기 직전과 비슷하다. 정신 못 차렸다”는 아내 미애(류현경)와 부부싸움을 하다가 휴대폰 판매를 하다 ‘영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세계적 가수가 된 폴 포츠를 언급하는 대목은 말 그대로 ‘빵 터진다.
오매불망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건강식품 회사 직원 현자로 나오는 신예 이초희도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눈빛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짝사랑하는 여성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같은 회사 동수(유연석)를 사모하는 마음에 얼떨결에 무대에 오르게 된 그의 이야기도 영화의 중심축인데, 이초희의 신선한 매력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 같다. 현자의 사랑이 이뤄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에필로그도 놓칠 수 없다. 출연진이 함께 하는 ‘전국을 뒤집어 놔가 흘러나올 때 어깨가 들썩이고, 영화관을 나서며 흥얼거릴 게 분명하다. 국제가수가 된 싸이와 함께 곡 작업을 하는 가수 유건형이 만든 노래는 신이 난다.
사는 게 팍팍하고 어려운 삶 속에서 자신의 꿈 혹은 잠시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이들이 우리네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전한다. 오랜만에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112분. 12세 관람가. 5월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