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사를 지낸 전문가 한 분 모셔보겠습니다. 정종욱 전 주중대사 함께 합니다. 아래는 방송 인터뷰 전문입니다.
▶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 상황이 이럴 경우 중국도 굉장히 화를 낼 수밖에 없겠죠?
-중국의 공식입장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만 그동안 중국 일본 관계가 대단히 불편했었죠. 그래서 이번 5월 달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중국 측에서 불편하다, 이 시기에 일본하고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연기를 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일본에 대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태도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처럼 복합적이잖아요. 중국 국민들도 일본에 대해서 그렇습니까?
-아마 우리보다 더 할지 모르죠. 우리는 36년 동안 식민지 지배를 받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중국 같은 경우는 전쟁을 하지 않았습니까. 37년도 남경학살사건, 그런 것을 통해서 중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인상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나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남경대학살 때 20만 명 이상이 학살당했다고 중국 측에서 주장하죠?
-20만 30만.. 중국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죠.
▶ 정말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중국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지금은 댜오위다오, 일본말로 센카쿠 영토 분쟁이 있기 때문에 양국관계의 앞으로 전망도 그렇게 밝지 못한 편입니다.
▶ 일본이 중국과도 사이가 좋지 않은데 우리하고도 긴장을 조성하면 동북아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지.
-대국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죠.
▶ 한반도 위기는 아직도 계속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의 한 전문가가 한국전쟁 발생 확률이 70~80퍼센트 된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중국의 일반적인 시각일까요?
-전쟁 발생 확률을 숫자로 표시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특히 최근 북한 도발을 계기로 한 한반도 군사긴장을 둘러싸고 중국내에서 대단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강경정책이 도를 지나쳤고 거기에 맞선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중국은 일반 국민들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대단히 걱정을 많이 하고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은 외교적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상당히 설득해서 아마 다소 진정되는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 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약간 완화 시키는데 중국의 노력이 있었다고 보시는군요?
-그렇게 볼 수 있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옛날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아직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대단히 높습니다. 세계 어떤 국가보다도 가장 높기 때문에. 문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가진 영향력을 모두 행사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딜레마가 있는데. 정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죄수의 딜레마 비슷한 겁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평화와 안정이기 때문에 그 다음에 핵문제가 나옵니다. 그래서 북한이 강경한 벼량 끝 정책을 취해서 한반도 안정이나 평화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으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옵니다. 동시에 너무 압력을 가해서 북한이 반발하게 되면 역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일종의 딜레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대사님 말씀하신 prisoner's dilemma 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안 간다는 것이 결론인데..
-아니죠, 치킨게임에선 합리적인 선택이 나오지만 prisoner's dilemma 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나오지 않고 차선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 극단적 선택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걸 피해서 하다보니까 결과적으로 죄를 인정하는 차선이 나온다는 거죠? 지금 북한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 합리성, 계산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닙니까?
-그 사실은 알 수 없죠.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보게 될 때 다행스러운 것이 미국과 중국 한국, 3국 사이에 상당한 협력기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케리 국무장관이 왔다갔고 그 뒤를 이어서 그저께 우다웨이 중국 대사가 미국에 가 있지 않습니까. 아직 안심할 수 없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대화는 이미 간접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예전 같진 않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진짜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느끼십니까?
-그렇죠. 제가 중국대사를 할 때만 해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드리진 못하겠습니다만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었고.
▶ 대사 하실 때가 언제였죠?
-제가 90년대 중반입니다.
▶ 문민정부 때요?
-네. 우선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중국 내부의 여러 가지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시진핑을 필두로 5세대 지도부가 다시 등장했고 북한에서도 3세대 세습 정권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 김정은으로 3대 세습이 되었지만 위에 김정남이라고 있었죠. 중국이 그 사람을 김정은이 어떻게 될 때를 대비해서 보호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중국은 늘 그런 식으로 북한에 대해서 2개 이상의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까?
-김정남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고 대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특히 최근에 보면 중국과 사이의 김정일 시대보다도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대화의 채널이 굉장히 좁아진 것 같습니다. 특히 군부채널이 거의 소진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당과 당 차원의 대화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북한 측 사정 변화 때문에 그럴까요?
-북한 측 사정 변화도 있고 중국 측도 많이 변했죠.
▶ 중국인민군 총참모장이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분위기가 뜨거웠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저도 언론에서만 봤는데. 팡펑후이라고 우리 같으면 합참의장 격이죠. 그러니까 최고 군 지휘관입니다. 그 사람이 미국의 합참의장 뎀프시가 지금 중국에 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경에서 두 사람이 만나 회담하는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정확한 근거를 대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단순한 우려의 표시인지 그렇지 않으면 구체적인 증거를 지고 하는 이야기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 G2 국가, 미국 중국 강대국의 군 최고 지휘부 두 사람이 만나서 ‘북한 걱정된다, 4차 핵실험 할 지도 몰라 이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나온 얘기다?
-그런 이야기 나온 것 자체가 적어도 중국의 군 최고 지휘자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북한에게 하지 마라 는 경고의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마지막 질문 한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이번 한반도 위기 상황 속에서 중국의 일반 국민들이 SNS에 북한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잖아요. 김정은을 패러디하는 그림도 올리고. 우리가 흔히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가려서 봐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과 중국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도 가려서 봐야 될 때가 된 건가요?
-그렇죠. 이미 중국에서는 획일적인 체제가 아니고 사회가 정부의 영향을 많이 미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을 만나보게 되면 그런 이야기를 실토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정부나 고위관료 이야기뿐만 아니라 중국국민들의 목소리, 특히 SNS에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더라도 이미 국민의 다양성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는 아니죠. 권력체제만 공산당이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잡고 있지만 일사분란하게 사회를 통치하는 통솔력은 많이 완화가 된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알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