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북 도발 '2주 고비설'과 '끌려가는' 한반도 통일 논의
입력 2013-04-22 12:27  | 수정 2013-04-22 18:00
북한의 도발 위협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지겨우니 언론에서도 그만 떠들어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니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의견이 분분할수록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우린 이렇게 북한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골몰해야 할까요?

북한 최고 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선중앙TV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
- "지금까지 우리를 반대하여 벌려온 모든 도발행위들을 즉시 중지하고 전면사죄하여야 한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으니, 한미연합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30일이 되면 북한의 위협도 멈출까요?

일단 북한 미사일 발사가 예상됐던 10일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한 일인 12일, 그리고 태양절인 15일을 이 아무 일 없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남은 것은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일입니다.

▶ 인터뷰 : 림 일 / 탈북작가
- "(인민군 창건일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마 그때 열병식도 있을 수 있고, 미사일 발사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인민군 창건일과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25일과 30일 사이가 아마 마지막 고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동해안에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 미사일 2대를 추가로 배치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미 배치했다는 무수단 미사일이 중거리 미사일로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했다면, 스커드 미사일은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앞으로 2주 안에 미사일을 쏜다면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갔던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오늘 예정됐던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불허했다는 것도 당분간 긴장 국면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저의로 풀이됩니다.

또 김관진 국방장관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도 미사일 발사의 명분 쌓기 용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김관진 / 국방부장관(2013년 3월 25일)
- "즉시에 '선 조치 후 보고'하라 몇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곧바로 원점 응징, 지원 세력 타격, 지휘 세력까지 타격이 가능하도록 …."

▶ 인터뷰 : 조선중앙TV / (2013년 4월 7일)
- "한시바삐 때려잡아야 할 우리 벌초대상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 (2013년 4월 4일)
- "사실 김관진과 같은 괴뢰 군부 깡패들은 우리 혁명무력의 과녁으로 세울 일고의 가치도 없는…."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계속될수록, 우리 사회에서는 강경 대응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벨 전 주한미사령관은 북한이 핵무장을 한 이상 한국은 미래의 어떤 전투나 협상에서도 심각하게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미군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핵을 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2월14일)
-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 들고서 집을 지키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 북핵을 머리 위에 둔 상태에서 북한의 처분에 우리의 안보와 생명을 맡기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북한 핵을 없앨 것인지 결단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이렇게 극한 대치로 가면 갈수록 한반도 통일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묘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중국이 올해 초 한반도 통일 논의를 미국과 상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겁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과 관계를 생각해 민감한 한반도 통일 논의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으로 동북아 정세 안정이 흔들리자, 남북통일을 비롯한 '한반도 미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한반도에 최신 미군 무기가 전개되고, 핵무장론이 나오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자칫 자신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의 큰 그림을 우리가 아닌 미국과 그리려 한다는 겁니다.

한반도 통일이 당사국인 우리와 북한은 배제된 채, 중국과 미국이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인가요?

북한의 도발 위협을 막으려고 주변국들이 긴밀히 협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논의에서 우리가 들러리로 전락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지금은 1953년이 아닌 2013년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만큼 힘도 가졌고, 능력도 가졌다는 걸 주변국들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한반도는 자칫 잘못하면 중국과 미국이라는 '빅 플레이어'들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고, 한반도 통일 논의는 이들에게 끌려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과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 통일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찬성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미국, 그리고 6월 중국을 가면 이 얘기를 꼭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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