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광재의 잡담 "임원의 조건과 배려"
입력 2013-04-22 07:43  | 수정 2013-04-22 10:54
한 대기업 임원이 들고 있던 책자로 비행기 여승무원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대기업 직원이, 그것도 '샐러리맨의 꿈'이라는 임원 자리에 올라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도 타기도 어려운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 고객이 승무원의 뺨을 때렸다?

뭔가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어야겠지만, 뜻밖에도 이유는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기내식 서비스, 특히 끓여온 라면이 짜고 덜 익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하는데.

글쎄요, 이코노미석을 타고 가는 보통 사람들은 라면은 꿈도 못 꾸는 서비스입니다.

더구나, 라면은 조금 짤 수도 있고 덜 익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푹 삶은 라면보다 조금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라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승무원을 찾아가 항의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했다는 대기업 임원의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대기업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려면 평균 21.6년이 걸리고, 임원이 될 확률은 0.6%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대기업 임원은 평균 50여 명 넘는 직원을 통솔하는 리더의 자리에 있습니다.

라면이 덜 익었다고 손을 드는 임원, 과연 회사 부하 직원들에게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데,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어떤 사정이 비행기 내에서 있었는지 모르지만, 부하 직원들에게는 어떤 임원이었을까요?

리더는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딸 같은 승무원이 라면을 잘 못 끓여 왔다고, 아니 조금 더 양보해 자신의 심기를 좀 많이 건드렸다고 해서 손부터 든 이 임원은 리더의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을까요?

아무리 자기가 돈을 주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고 하지만, 10시간 넘는 고된 비행 서비스를 하는 여성 승무원에 대해 조금 더 배려했다면 어땠을까요?

정광재의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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