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전역을 명받고 FC서울로 돌아온 김치우가 진짜 돌아왔다. 김치우는 지난 17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왼쪽 풀백으로 출전해 오른쪽 차두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비록 팀은 1-2로 패했으나 김치우의 플레이는 최용수 감독의 기대에 보답할 만큼 준수했다.
시즌 초반부터 치우의 플레이가 많이 올라왔다. 이제 실전 경험만 다치 채우면 된다”는 말로 김치우의 페이스에 주목했던 최용수 감독은 성남전에서 중앙수비자원 김진규와 김주영이 모두 출전할 수 있음에도 아디를 센터백으로 돌리고 김치우를 왼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그만큼 돌아온 치우천왕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 믿음에 충분히 부응했다. 전반 34분, 김치우는 성남 지역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왼발로 감아 차 크로스바 상단을 때리고 골라인 안으로 떨어지는 멋진 동점골을 터뜨렸다. 2012년 상주에서의 12경기 동안, 그리고 전역 후 FC서울에서의 8경기 내내 1골도 기록하지 못했던 김치우로서는 뭔가 막힌 체증을 뚫어주는 골이었다.
14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 이어 17일 성남전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 김치우를 향한 최용수 감독의 신뢰는 더 두터워졌다. 20일 대구FC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18일 마련된 미디어데이에서 최용수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봤듯 김치우의 컨디션이 좋다. (골을 통해)자신감도 찾았으니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로 앞으로도 김치우를 중용할 뜻을 밝혔다.
김치우를 춤추게 한 것은 비단 골과 최용수 감독의 신뢰만은 아니었다. 새로 합류한 차두리의 ‘극찬도 한동안 자신감이 결여됐던 김치우를 날게 한 원동력이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최용수 감독, 김치우와 함께 참석한 차두리는 독일에 있으면서 사실 K리그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 누가 잘하는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딱 한 명은 알고 있었다. 그가 바로 김치우였다. 왼발 크로스가 상당히 날카로운 선수라는 강한 인상이 남았다”는 ‘깜짝 고백을 전했다.
실상 차두리가 기억을 할 정도로 김치우가 꽤나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출전도 유력했던 자원이다. 하지만 부상 그리고 부상으로 인한 조급함으로 점차 페이스가 떨어졌고 결국 어정쩡한 상태에서 군에 입대하면서 대표팀의 기억 속에서도,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시나브로 사라져갔다. 제대 후 다시 친정으로 왔으나, 떨어진 자신감까지 함께 전역하진 않았다. 차두리도 느꼈다고 했다.
차두리는 막상 서울에 와서 보니까 예전과 달리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었다. 지닌 장점이 많은 선수인데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뜻을 전했다. 그래서 직설적인 ‘차미네이터는 슈퍼매치를 앞두고 김치우에게 다가가 귀엣말을 전했다. 독일에 있을 때 딱 한 명 알았던 K리거가 바로 너라고.
선배 차두리의 응원 때문일까. 김치우는 수원과의 슈퍼매치와 지난 성남전에서 모두 왼쪽 풀백으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면서 당당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한창 날아다니던 때에 비하면 돌파도 다소 약했고 크로스의 정확성도 조금은 부족했으며 대인마크도 완벽하다 볼 수는 없었으나, 확실히 ‘치우천왕으로 통하던 때의 ‘냄새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성남전 프리킥 골은 더욱 값지다. 원래 막혔던 ‘기는 어떤 찰나를 통해 되돌아오는 법이다.
왼쪽에서는 어느 위치에서도 믿음직한 활약을 펼치는 존재다. 풀백으로도 미드필더로서도, 혹은 윙포워드로도 김치우는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어쩌면, 그 ‘팔방미인 재주가 발목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든 빛났으나 다양한 곳에서 빛나면서 외려 빛이 반감된 인상이 있었다.
아쉽게 퇴색됐던 김치우가 부진의 터널을 뚫고 다시 돌아오는 모양새다. 왕년의 치렁치렁했던 머리칼도 날카롭던 왼발도 돌아오고 있다. FC서울뿐만이 아니라 마땅한 측면 풀백이 없어 괴로운 국가대표팀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다시 찾은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팀의 부진을 끊는 것이 우선이다. 대구전 필승을 외치는 서울 선수들 중에서도 김치우의 각오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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