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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교진 “엄친아? 부모 반대 무릅쓰고 배우 됐으니…”
입력 2013-04-15 13:40  | 수정 2013-04-15 14:25

배우 인교진(32). 그동안 이 끼를 어떻게 누르고 살았을까. 최근 종영한 드라마 ‘마의에서 기회주의자이자 허당 권석철을 연기한 그는 데뷔 후 처음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대 놓고 코믹 연기를 해보긴 처음이었는데 몸에 맞더라고요. 재밌었죠. 적은 분량이라 생각할 시간이 많았지만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신에 정성을 쏟았어요. 원래 성격이 ‘재밌자 주의거든요. 하하!”
첫 등장은 나름대로 포스가 있었다.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냉철한 악역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운 점이 많았다. 존재감이 약해져가던 무렵, 그는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냈다고 한다.
관직에 있는 사람 중 코믹한 역할이 없어요. 서민이라면 코믹한 역할을 해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들 생각하죠. 상대적으로 관직에 있는 사람이 덜떨어진 모습을 보이면 웃음이 유발돼요. 처음엔 리액션 정도의 애드리브를 던졌죠. 방송을 보신 감독님은 물론 손창민 선배도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신이 났죠. 작가 선생님도 점점 그런 쪽으로 그려주셨어요. 감독님이 ‘애드리브 하나 준비해라고 하셨을 땐 곧 승천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웃음) 날아올랐죠.”
가장 공을 들인 애드리브는 뭐였을까. 궁금했다. 이 젠틀한 얼굴로 재치만점 애드리브를 준비했다는 게 쉽사리 믿기지 않았다.
청국에서 소가영(엄현경 분)이 평민임에도 양반인 제게 반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뭐야 요년 입이 살아있네~라는 대사를 쳤죠.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디시 갤러리 반응을 봤더니 빵빵 터졌더라고요.”
인교진은 이동 중이나 쉬는 시간에 꼼꼼히 모니터를 한다. 아주 작은 애드리브를 준비하는 것에도 섬세한 피드백이 따른다. 빵빵 터진 존재감 뒤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었다. 한 신을 위해 쏟아붓는 노력만큼 학창시절엔 역시나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이었단다.

운이 좋게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학력고사를 잘 봤어요. 거의 다 맞았던 것 같아요.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주겠다며 직접 찾아왔죠. 3년 동안 기숙사 생활도 공짜로 했어요. 자부심이 좀 있었죠.”
학창시절 내내 대학을 잘 가는 것이 목표였던 그에게 배우의 길은 새로운 자극제였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맹이 같았다.
인교진은 대학가면 공부도 안하고 편하게 지내는 줄 알았다. 똑같이 공부를 해야 되더라. 대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 자리가 나를 배우로 만들었다”며 모임에서 주도해서 얘기하는 편이다. 남의 얘기를 전할 때도 재밌게 하는 친구, 그게 저였다. 친구가 그때 ‘너 배우해도 되겠다고 그냥 하는 얘기였는데 솔깃했다”고 배우가 된 계기를 털어놨다. 그렇게 진로 고민에 빠진 스물한 살. MBC 공채에 덜컥 붙어버렸다. 그렇게 배우인생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됐다.
공부만 하던 아들이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하니 어느 부모가 선뜻 허락할까. 인교진의 아버지는 알려졌다시피 연매출 200억원을 자랑하는 중소기업 CEO다.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뛰어들었으나 역시 순탄치 않았다. 공채 동기 중 가장 어린나이로 사회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렀다.
어린나이에 된 게 조금 독이지 않았나 싶어요. 선배들의 규율이 셌고 와일드한 감독님도 많으셨죠. 어느 정도 자아가 형성 됐다면 상관없었을 텐데 부모님을 떠나 혼자 있었고 감수성도 여렸어요.”
무명 시절 서러움은 어마어마하다. 정말 많이 울었다고 했다.
518 특집 드라마를 찍을 때였죠. 조감독에 전화가 와서 꽤 비중 있는 역이 있다고 했어요. 시키는 대로 머리도 빡빡 깎고 학생증에 필요한 사진도 찍어갔죠. 가족들에게도 신이 나서 말씀드리고 아침 일찍 광주로 갔어요.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보니 대본도 없었고, 피 분장을 하고 거적을 씌우더군요. 죽은 시체 역할이었죠. 사진도 학생증이 아닌 영정사진이 됐어요. 부모님이 방송을 안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순수했던 시절이라 실망감이 상당했다.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지 13년차. 그다지 달라진 면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선덕여왕 때도 길거리에선 단번에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마의에서는 웃음을 주려고 노력해서 그런가. 식당 아주머니들이 ‘아 웃긴 캐릭터!라고 슬슬 알아봐주시더라. 제가 뭐든 좀 느린 편이다”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긴 호흡의 드라마가 끝났다. 여느 배우들처럼 연극에 대한 갈증을 전했다. 인교진은 드라마와는 별개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5월에는 연극 ‘행복을, 9월에는 뮤지컬 ‘빨래로 관객들과 더 가까이 만나게 됐다. 어느 자리이든 그저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렸을 때는 막연히 성공을 꿈꿨다면, 지금은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황정민, 박해일 선배처럼 자기의 캐릭터 색이 분명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소담 인턴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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