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낮은 지지율' 초연한 박근혜 대통령, 긴장하는 안철수
입력 2013-03-28 13:49  | 수정 2013-03-28 17:11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하면 너무 억지일까요?

정치인들에게 대중의 인기를 가늠하는 잣대는 바로 지지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달을 맞아 한국 갤럽이 지난 18일~21일 전국 121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볼까요?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4%로 나타났습니다.

두 달 전 여론조사에서 보인 55%보다 11%포인트나 더 떨어졌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한 달 지지율을 보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71%, 노무현 전 대통령 60%, 이명박 전 대통령은 52%였습니다.

대통령들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높았던 것은 비록 대선에서 반대 진영 후보를 찍은 사람들조차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에게 기대감을 갖고 지지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야권 후보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자신을 찍었던 사람들의 지지조차 온전히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연령과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그 답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월과 3월의 지지율 변화를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40대와 50대 이상의 지지율 하락폭이 더 큰 게 눈에 띕니다.

지역별로 볼까요?

역시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힘이 된 충청권에서 지지율 하락이 가장 큽니다.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찍었던 중도성향의 40대와 50대 이상, 그리고 지역적 중립지대인 충청권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빠진 이유는 뭘까요?

이들이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국정 운영의 안정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과 잇따른 인사파행, 장차관 낙마자 속출은 안정감과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입니다.

여야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 인터뷰 : 남경필 / 새누리당 국회의원(3월27일)
- "최근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은 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인사가 많은 헛점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검증시스템의 문제가 얘기되지만 가장 문제가 된다고 느끼는 것은 하향식 인사시스템입니다. 근본적인 수술이 없으면 문제는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번 실수는 용납되지만 계속 반복되서는 우리 정부가 신뢰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박기춘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고 민정라인 바꿔야합니다. 여야 넘어 초당적 결론이 됐습니다. 이념 넘어 국민의 요구가 됐습니다. 이상돈 전 교수조차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과한다는 말에 분노하며 사퇴하라고지적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도 민정라인의 문책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접시를 깰수도 있다'며 취임 초기 많은 사람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항력적인 실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론의 인사 비판과 낮은 지지율에 초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비판을 받고, 지지율이 낮지만 원칙과 신뢰를 가지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어쨌거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지지율에 초조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안철수 전 교수입니다.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한때 대선 주자였던 안 전 교수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허준영 전 경찰청장을 후보로 공천하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리얼미터가 19살 이상 노원병 지역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안철수 후보가 38.8%, 32.8%를 얻은 허준영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간신히 앞섰습니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8.4%,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가 6.1%로 뒤를 이었습니다.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의 낮은 지지율을 고려하면 당선 가능성은 더 더욱 멀어집니다.

안 후보는 20대와 30대, 40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들이 출퇴근 전에 얼마나 투표장에 갈까요?

반면 허준영 후보는 투표장에 갈 확률이 높은 50대, 6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51%대 37.9%로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순수히 동의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특히 진보정의당은 안 후보에 대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터라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더 낮습니다.

더욱이 안 후보는 보궐선거에서 중요한 당조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후보를 내지 않은 민주통합당이 조직을 동원해 선뜻 도와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을 때 안 후보 쪽 반응은 '그러던지 말던지'식의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은데 대해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교수는 정치적으로 보면 초등학생이다'라고 비꼬울 정도로 내심 불쾌한 표정입니다.

이쯤되면 안철수 후보 쪽은 절박한 상황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념과 당을 떠나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야권 성향 지지자들은 마음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정당과 이념을 떠나 새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직면한 현실은 당조직에 대한 아쉬움과 야권 후보일 뿐이라는 유권자들의 인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율과 사람들의 인식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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