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 박근혜 정부가 한 달 되었는데 어렵게 출범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말씀하신대로 출범하는 과정이 부드럽지 못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결국 출범을 시키는 팀에 여러 가지 준비와 자세라고 하는 것이 아직도 중요성을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는 게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역대 대통령 중에서 나는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 국정을 이렇게 운영하겠다, 이런 사람들과 하겠다고 제대로 준비해서 대통령이 된 분이 누가 있습니까?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별로 생각나지 않습니다. 영국의 경우를 본다면 거기는 내각책임제니까요. 소위 그림자 내각, 야당 내각이죠. 야당 일대의 내각 준비를 다해서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즉시 정권이 출범하도록 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죠.
▶ 섀도캐비닛이라고 하죠?
-네.
▶ 우리나라는 왜 그런 걸 안하죠?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니까요.
▶ 제도는 달라도 내용상 그런 것을 준비해 가면 되잖아요.
-해야 됩니다. 특히 주요 여당, 집권을 목표로 하는 야당은 적어도 국정의 큰 줄거리,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되죠. 그것에 입각해서 인선도 발표하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면 차질이 없고요. 국민이 보는 앞에서도 당당해보이게 되겠죠.
▶ 선거과정에서 양쪽 후보끼리도 토론을 하지만 양쪽 경제나 안보 책임자끼리도 토론을 하고 그렇게 해서 이기면 그쪽이 경제부총리, 국방부 장관에 당연히 들어가서 일하고, 일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교체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정치에 대한 예측성이 높아질 것 같은데요.
-토론뿐만 아니라 의견교환도 해야 되겠죠. 그게 원칙인데 우리는 아시다시피 후보들의 대립과 감정이 거기까지 아직 가지 못했죠. 아직도 말하자면 성숙하지 못한 하나의 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그런데도 이해 안가는 중의 하나는 역대정권이 출범 한 달 시점에서는 대게 지지율이 80퍼센트 정도는 됐거든요. 지금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0퍼센트 대를 자꾸 기록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그렇게 크게 잘못된 것은 사실 없는데 지금 말씀하신 지금까지 출범을 계기로 하는 여러 가지 프로세스가 원활치 않고 거기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을 국민이 느끼게 되니까 실망을 하게 되는 거죠.
▶ 실망이 많다?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 기대가 커서 실망이 많을 수도 있겠군요.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기대를 했다고 봐야 되겠죠.
▶ 선생님께서 1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올 수 있다고 해서 말씀하셨다고 해서 같은 맥락으로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습니다. 지금 세상은 옛날과 달라서 가령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세상이 아닙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뭐라고 하건 뭐라고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느냐를 자기가 평가해보고 자기의 이해관계와 맞춰서 할 만 해야 따라가는 겁니다. 무조건 따르겠다고 하면서 자꾸 여러 말을 하다보면 결국 소통이 안 되고 소통이 안 되는 상태는 결국 레임덕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보통 대통령제에서 레임덕은 임기 말에 나오는 걸로 보지만 실제로 소통이 안 되서 국민들이 등을 돌리면 임기초반에도 레임덕은 시작될 수 있다 그런 취지의 말씀이시죠?
-네
▶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처음 본 게 선생님이 언제 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 출마할 때죠.
▶ 1998년?
-그렇습니다.
▶ 그때 선생님이 한나라당의 총재셨죠?
-네.
▶ 선생님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시 공천장을 주셨겠네요?
-그렇죠.
▶ 그때 당시 공천장 받으러 온 박근혜 후보 모습이 기억나시죠?
-기억나죠. 그때 모습은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땐 많이 젊었죠.
▶ 40대 중반?
-지금으로부터 십 몇 년 전이니까. 아주 젊다고 생각했는데요. 생각보다는요.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요. 그 분의 정치에 대한 감각과 식견이 훨씬 더 성숙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당시 40대 중반 여성, 정치를 처음 시작하는 시기였죠?
-그런데도 불구하고요.
▶ 그런 여성한테 공천장을 주실 때는 어떤 생각이셨습니까?
-공천장을 줄 때가 아니고 당선이 돼서 우리가 회의도 한번 해보고요. 여러분들과 같이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그런 인상을 총재가 받았던 겁니다.
▶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면 자꾸 작아진다고 그러거든요. 카리스마가 굉장하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그랬습니까?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말입니다.
-그때는 그런 것 까지는 못 느꼈지만 한나라당 안에 있는 인물로서는 이 분을 큰 인물로 생각할 때가 올 것이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 얼마 전에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셨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그때와 비교해서 어떠세요?
-지금 보니까 상당히 생각보단 온화하고요. 무섭다든지 권위 있는 모양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한편으로는 확실한 태도를 표명 할 때 는 서슴없이 하는 면도 있었습니다.
▶ 대통령으로서의 당당함을 가지고 있으나 정계원로들을 모신 자리니까 겸손하게, 온화한 태도를 보인걸까요?
-네.
▶ 선생님 요즘도 가끔 칼럼 쓰시는 걸 본 것 같은데요. 경제 문제에 대해서요.
-최근에 와서 칼럼을 직접 쓰지는 못했고요. 왜냐하면 다리에 문제가 있고 해서요. 그래서 거의 전부가 말로써 하면 기자가 그것을 정리를 했는데 정리를 잘 한 것들이 많습니다.
▶ 우리 경제에 대해서 걱정도 많으실 텐데요. 우리 성장률이 2퍼센트로 떨어져서 완전히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여러 가지 복지 확장이라든지 이런 것을 보면 성장률을 우선 높여야 된다는 생각을 대통령도 하시는 것 같고요. 우리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성장률 2퍼센트 대, 말하자면 잠재 성장률이 그렇다는 건데요. KDI에서 작년 후반기에 2.2퍼센트라고 발표한 것이 기억납니다. 그게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지금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고 전 세계가 그렇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도 그렇고 중국도 사실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셈이고. 앞으로 당분간 성장률이 옛날처럼 고도성장으로 다시 올라가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거기에 적응해야 돼요. 그렇지 않고 자꾸 과거처럼 고도성장을 왜 안하느냐 이런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무리예요. 그래서 정부도 그런 무리한 요구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물론 정치를 하자면 국민의 구미에 맞는 일을 해야 하죠. 그렇지만 무리하게 맞추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정부로서 잘하는 일이 못된다고 봅니다.
▶ 그때 그 보고서를 KDI원장이 지금 현오석 부총리입니다. 현오석 부총리가 경제 부양책과 금리인하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지금 우리 경제 현상에 대해서 적절한 처방이라고 보십니까?
-그 분이 그때는 연구기관 장이니까 연구기관 모델에 맞춰서 그런 숫자를 내놨겠죠. 지금은 연구기관 장이 아니라 경제 수장이 된 겁니다. 그러니까 역시 지금 내놓는 숫자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없을 수가 없죠. 성장을 더 해야겠다,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이 충분히 나올 수 있고 이해갑니다.
▶ 그런 것 가지고 말 바꿨다는 비판할 일까지는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고요. 사실 그런 것은 당연합니다.
▶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성장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재벌이라는 것이 공도 많고 공의 이면에는 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을 저해하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의견이 갈라지겠습니다만 제 의견은 재벌이 지금처럼 해가지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벌 개혁이라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느냐 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금처럼 해선 안 되고요. 재벌도 전체와 마찬가지로 역시 체질개선을 해서 저성장 시대에 맞추어서 회사의 앞으로의 방향을 정해야 하고요.
▶ 재벌 스스로 개혁당하기 전에 개혁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더 좋겠고요.
▶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