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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김민희 연애 얘기 끄집어내긴 불편”
입력 2013-03-26 09:07 

현실 연애는 아름답지 만은 않다. 열에 다섯 정도는 연애할 때 싸우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과정을 반복한다. 영화 ‘연애의 온도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3년 차 사내 비밀연애 커플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이 헤어진 후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 현실 연애의 모든 것을 담았다. 사랑과 연애는 유치하고 때론 치사하다. 그 감정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영화에 공감해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까지 흘리는 관객이 꽤 된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는 벌써 70만 명(26일 영진위 기준)이 넘게 봤다. 연출 데뷔작인데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한 연출자는 노덕(33) 감독. 첫 연출인데도 남다른 실력을 보인다. 중간마다 인터뷰 형식으로 카메라를 들이민다거나, 깨알 같은 웃음과 유머, 남녀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도 탁월하다.
노덕 감독은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연애에 대한 고민, 친구들이 가진 고민에 관해 다른 영화들이 다루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솔직히 사소한 고민일 수 있는데 그런 게 재밌어서 연애하는 거잖아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솔직히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기 전, 제가 먼저 대리만족을 하는 시퀀스도 많았어요.”(웃음)
김민희와 이민기가 자신들의 연애담이나, 영화 소재에 도움을 줬을 법도 하다. 노덕 감독도 내심 배우들이 연애했을 때 일화를 넣으려고 했던 눈치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민희씨는 여배우라서 그런 지 과거 사생활을 끄집어내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건넸던 시나리오를 보고 공감한 상태였죠. 그래서인지 자신의 얘기보다는 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민기씨는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이런 경험은 거의 없다고 했고요.”(웃음)
배우들이 영화 속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넣어야만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닌 게 확실하다. 극 중 김민희와 이민기는 정말 유치하기도 하고, 실제 감정을 실어 싸운다. 현실의 연인 같다.
노덕 감독은 이민기에 대해 순수하면서도 악동 같은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칭찬했다. 김민희의 연기력은 더 추어올린다.
민희씨는 그 나잇대 배우 중 가장 연기력이 좋다고 생각해요. 영화 ‘화차로 주목을 받았지만, 전 이미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드라마 ‘굿바이 솔로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유머러스한 연기도 즐기면서 잘하더라고요. ‘화차까지 보고 나서 대단한 면이 있다고 감탄했죠.”
영화는 김민희의 민낯도 드러낸다. 솔직히 그렇게 예뻐 보이진 않는다. 수수하다는 말 정도가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민희씨가 민낯으로 나오지만 전 정말 예뻐 보였어요. 20대 초반에 민희씨가 무척 말랐거든요? 지금도 물론 말랐지만 예전보다는 살이 조금 붙은 지금이 엄청나게 예쁘더라고요. 민희씨를 봤던 모습 중에 지금이 가장 예쁜 시기가 아닌가 해요.”
노덕 감독은 2003년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 스크립터로 참여했고, 2005년 단편영화 ‘마스크 속, 은밀한 자부심을 연출했다. ‘연애의 온도는 2006년부터 끄적거렸고, 7년이 지나 관객을 만나게 됐다. 사실 과거에 대중적이지 않다고 해서 좌절됐던 영화다.
20대 후반이었어요. 의욕이 상실됐고, 실의에도 빠졌죠. 다른 사람의 의지로 한순간에 꿈이 좌절되는 현장에 있으니 힘든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그 상황을 빠져나오게 하는 것도 역설적으로 작품이더라고요. ‘영화를 계속해야 하나, 다른 일을 해야 하나를 고민했는데, 현실을 잊고자 시나리오를 계속 썼고 그게 또 다른 기회를 주게 되더라고요.”(웃음)
데뷔작을 만드는 감독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다음 장면이 기대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영화 곳곳에 그 흔적이 나타난다. 그는 전적으로 관객의 시점이 돼야 했다”고 회상했다.
노덕 감독은 미니홈피의 비밀번호를 집요하게 찾는 장면은 나도 해봤다. 그런데 솔직히 그 비밀번호를 알아낼 순 없더라”고 웃었다.
직장 내 불륜 코드도 웃음을 주기 위한 재미 장치였을 뿐이다. 그런데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았고, 결국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노덕 감독은 웃기는 유머로 넣을 뿐인데 비윤리적이라고 받아들여져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장편영화 감독이 됐다. 그의 인생에 변화가 생길까? 그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 같다”면서도 작품이 엎어지는 힘든 과정을 겪어서인지 ‘이제는 이런 게 인생이구나를 안다. 얼마든지 그런 일은 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노덕 감독은 사랑과 연애에 관한 생각을 묻자 서로가 진심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사랑을 할 때 계산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다들 아닌 척을 한다. 하지만 기꺼이 손해 보는 마음을 갖고 상대를 대해야 하는 것 같다”고 정의했다. 이어 ‘연애의 온도는 과거 상처를 받았거나 상처를 준 기억이 있었다면, 거기에 대한 위로와 해방감을 전하려고 한 영화”라는 홍보도 잊지 않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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