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사퇴 또 사퇴'하는 사람들, 박근혜 정부 '멘붕'
입력 2013-03-22 11:54  | 수정 2013-03-22 17:21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국회가 아니라 정부와 청와대인 게 분명합니다.

여야가 국회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고, 정부와 청와대에서 또 누가 낙마하는지에만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사퇴하는 박근혜 사람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사퇴의 변을 통해 '국방부 후보자로서 그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이제부터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갖가지 의혹에 시달렸지만, 억울하다며 버티던 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애초 김 후보자를 그대로 국방장관에 임명하고 싶어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최근 자원개발업체 KMDC와 김 후보자의 관계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청문회에서 무관하다던 그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논란이 커졌습니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확산했습니다.

▶ 인터뷰 : 심재철 / 새누리당 최고위원
- "장병에게 죽음에 뛰어들라고 희생을 명령하는 입장인데, 이렇게 누더기가 돼서 어떻게 영을 제대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 인터뷰 : 박기춘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긴 말하지 않겠습니다. 멈추십시오. 김병관 후보자는 굳이 순위를 따질 필요가 없는 0순위 부적격자입니다."

청문회 직후 '장관직 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던 새누리당 국방위원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급기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국방위원들의 임명 반대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 내에서도 김 후보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김 후보자로서는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더는 버티기는 어려웠을 듯합니다.

김 후보자 사퇴에 앞서 어제저녁에는 김학의 법무차관이 사퇴했습니다.

건설업자 윤 모 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심에 결국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신에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더는 차관직을 수행하기 어려웠을 법합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입니다.

청와대는 어제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김 차관을 더는 안고 가기 어렵다는 견해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너무 지저분한 소문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여기다 차관 임명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한 것이냐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청와대의 속앓이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김 차관에 대한 소문이 떠돌았는데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차관으로 임명하는 '인사 허점'을 또 노출했다는 겁니다.

주식 백지신탁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급작스럽게 사퇴한 황철주 전 중기청장 내정자 문제까지 있었던 터라 인사팀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워했을 것 같습니다.

황 회장의 얘기를 다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황철주 / 주성엔지니어링 CEO
- "제가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기간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영원히 (경영권을) 포기하고 (회사로)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김 차관의 사퇴로 고위층 성 접대 사건은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혹을 받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자신이 성 접대에 연루됐다면 할복자살하겠다'며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다른 고위 공직자들이 연루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의 진실이 구체적인데다 경찰이 동영상을 분석하고 있어 실체가 곧 드러날 겁니다.

낙마하는 사람이 또 나올까요?

박근혜 정부로서는 정말 '멘붕'에 빠질 만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우연한 일치일까요?

통상 새 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국정운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시기입니다.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야당도 큰 반대를 하지 않는 게 관례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초기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인사에서 갖가지 잡음이 나오고 낙마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김용준 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그리고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차관까지…

우연한 일치라고 보기에는 낙마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인사시스템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직은 집권 초기이니 지켜보자는 유보적 관점이 많지만, 지금이라도 인사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극한 대치, 사이버 테러, 여기다 사회 지도층들의 갖가지 추문과 고위 공직자들의 낙마까지 어수선한 정국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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