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광익의 모닝톡톡]선행학습 부추기는 대학들?
입력 2013-03-22 07:43  | 수정 2013-03-22 09:35
여러분의 아침에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장광익의 모닝톡톡입니다.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 허리가 휘시죠?
저도 아이를 둘을 키우는데 그렇습니다.
사교육비를 모으기 위해 엄마들이 식당에 가서 주방보조일까지 한다는 등의 부모님들의 사교육비 고통은 이제 너무 일반화돼 뉴스조차도 되지 못할 정돕니다.
그런데, 사교육비를 부추키는 이유중의 결정적인 사유가 하나 밝혀졌습니다.
바로 각 대학들이 논술문제 등을 제출하면서 고교생에 대학수학문제를 풀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참 고약한 대학들입니다. 대학들이 얼마나 고약한지, 제가 지금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올해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자연계 논술 문제 3개 중 1개가 고교 교과과정을 벗어난 대학 수준에서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아울러 상당수 대학이 논·구술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금지하는 본고사형 문제를 낸 것으로 나타났구요.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은 21일 서울시내 15개 대학의 2013학년도 논술 및 구술전형 문제를 모두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분석은 지난 12월부터 3개월간 현직 교사, 대학 강사, 박사과정을 마친 전문가 등 60여명이 분석해서 나온 결과라고 하니 믿어도 될만 합니다.
조사 결과 수학·과학 등 자연계 논술 182문제 중 37%에 해당하는 68문제, 구술 108문제 중 28%에 해당하는 30문제가 고교과정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됐다고 합니다.
문제풀이와 정답을 요구하는 본고사 유형은 자연계 논술 182문제 중 90%가, 구술 역시 108문제 중 92%로 나타났습니다. 본고사 유형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학생들의 공부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춰봤더니 대학 다니는 학생들도 어려운 문제들이 수두룩합니다. 경희대는 수시 2차에서 수학문제를 대학의 ‘미분 기하학 과목에 나오는 어려운 개념을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고, 여화여대는 2008년 수학올림피아드 기출 문제와 유사하고 난도가 높은 문제를 출제해 수험생들을 골탕 먹였습니다.
고려대는 대학과정에서나 배우는 '무기화학 과목에 등장하는 어려운 개념들을 제시해 쉽게 답을 낼 수 없도록 했습니다.
대학 수준 문제 출제비율은 연세대가 70%로 가장 높았고 이어 홍익대, 서강대, 고려대, 성균관대 순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시험장에서 골탕 먹이는 황당한 문제로 땀을 뻘뻘 흘렸던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안쓰럽기조차 합니다.
초등학생 4~5학년만 되면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고, 중학생 1학년만 되면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야 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
소위 '선행학습'이라는 것이 아이들의 정상적인 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망치게 하고, 나아가 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가를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봐왔습니다.
대학 교수님들,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 운 좋게 맞추는 학생을 뽑기보다, 문제는 쉽지만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구분 짓게 하는 문제를 고안하셔서 보다 건강한 학생들을 많이 뽑으시면 어떨지요?
오늘 모닝톡톡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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