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을 받아 합계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지 꼭 3년 만입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김연아의 연기를 잠깐 감상해보시죠.
<김연아 연기>
4분10초의 연기가 끝난 순간 김연아의 강심장도 흔들렸습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눌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밴쿠버 올림픽 이후 김연아는 운동의 동기를 상실하고 한때 방황까지 했습니다.
최정상에 올랐으니 더 오를 곳이 없었던 셈이죠.
그렇다고 은퇴하기에는 김연아의 나이가 너무 젊었습니다.
죽기보다 싫은 혹독한 운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피겨의 여왕이라는 칭호 속에 편한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김연아는 결국 운동을 다시 택했습니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피겨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번 은퇴하고 나서 다시 돌아와 재기에 성공하기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그 중압감이란 일반 사람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겠죠.
김연아는 그 중압감과 긴장감을 하루 7시간의 맹훈련을 통해 떨쳐냈습니다.
의식과 관계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면 긴장감이나 중압감은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김연아의 완벽함이란 김연아의 지독한 훈련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소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연아 / 여자 피겨 국가대표
- "이렇게 큰 경기장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한 게 오랜만입니다. 캐나다에서 다시 한번 좋은 연기를 한 게 매우 기쁩니다."
여왕의 귀환을 바라보며 부활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법합니다.
혹 안철수 전 교수도 그럴까요?
안 전 교수 역시 지난해 정가를 강타한 '안철수 현상'의 재현을 바라고 귀국길에 올랐을지 모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여야는 싸우고 청와대는 일방 독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환경만 놓고 보면 '안철수 바람'이 다시 불 수 있는 충분조건이 갖춰진 셈입니다.
안철수 전 교수의 귀국 후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3월11일)
- "새 정치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습니다. 편을 갈라 대립하는 정치 대신에 국민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낮은 정치하겠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선 때 받았던 열광적 지지는 비판적 지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낮은 정치'를 말했지만, 사람들은 '틈새 정치', '타이밍 정치'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노원병 출마를 놓고는 '쉬운 길을 택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노 전 의원이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까지 일었습니다.
노원병 주민들의 반응도 썩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노원병을 우습게 보느냐?', '이 지역 현안에 대해 안 교수가 도대체 무엇을 아느냐?'라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거물급 정치인을 반기는 주민들도 있고, 여전히 안철수에 열광하는 10~20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는 안 전 교수에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제 안철수 전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습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안 전 교수 측 송호창 의원이 먼저 다리를 놨다고 합니다.
재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 빚을 진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안 전 교수의만남 요청을 거절할 수도, 또 거절할 이유도 없었겠죠.
두 사람의 얘기를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옷도 못 갈아입고 운동화도 그대로입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서울시장
- "정말 선거 운동 제대로 하시네요."
두 사람이 평소 만나 차 한잔을 마시든, 밥을 같이 먹든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그러나 한 명은 서울 시장이고, 또 한 명은 서울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한 터라 상황이 다릅니다.
특히 두 사람이 지역 현안을 얘기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두 사람 만남을 주선했던 송호창 의원은 회동 뒤 기자들에게 '안 후보가 노원병 지역 주민들과 만난 경험을 박 시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뉴타운 문제와 창동 지하철 기지 이전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는 겁니다.
물론 박 시장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역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후보가 막강한 정책 영향력을 가진 서울 시장을 만나 지역 현안 얘기를 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큽니다.
공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 후보를 직접 도와줄 수도 없겠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본 노원병 주민들은 안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뭔가 지역 현안이 풀리지 않겠나 막연한 기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만남을 안 후보 쪽에서 먼저 요청했다고 하니 혹여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낳을 법합니다.
'낮은 정치', '새 정치'를 꿈꾸는 안 전 후보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비판은 안철수 전 교수로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요?
정치신인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안 전 교수의 앞길에는 더 큰 시련과 비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련을 딛고 안 전 교수도 부활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여왕의 귀환만큼 안철수 전 교수의 귀환은 화려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김연아 선수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을 받아 합계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지 꼭 3년 만입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김연아의 연기를 잠깐 감상해보시죠.
<김연아 연기>
4분10초의 연기가 끝난 순간 김연아의 강심장도 흔들렸습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눌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밴쿠버 올림픽 이후 김연아는 운동의 동기를 상실하고 한때 방황까지 했습니다.
최정상에 올랐으니 더 오를 곳이 없었던 셈이죠.
그렇다고 은퇴하기에는 김연아의 나이가 너무 젊었습니다.
죽기보다 싫은 혹독한 운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피겨의 여왕이라는 칭호 속에 편한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김연아는 결국 운동을 다시 택했습니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피겨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번 은퇴하고 나서 다시 돌아와 재기에 성공하기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그 중압감이란 일반 사람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겠죠.
김연아는 그 중압감과 긴장감을 하루 7시간의 맹훈련을 통해 떨쳐냈습니다.
의식과 관계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면 긴장감이나 중압감은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김연아의 완벽함이란 김연아의 지독한 훈련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소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연아 / 여자 피겨 국가대표
- "이렇게 큰 경기장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한 게 오랜만입니다. 캐나다에서 다시 한번 좋은 연기를 한 게 매우 기쁩니다."
여왕의 귀환을 바라보며 부활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법합니다.
혹 안철수 전 교수도 그럴까요?
안 전 교수 역시 지난해 정가를 강타한 '안철수 현상'의 재현을 바라고 귀국길에 올랐을지 모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여야는 싸우고 청와대는 일방 독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환경만 놓고 보면 '안철수 바람'이 다시 불 수 있는 충분조건이 갖춰진 셈입니다.
안철수 전 교수의 귀국 후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3월11일)
- "새 정치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습니다. 편을 갈라 대립하는 정치 대신에 국민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낮은 정치하겠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선 때 받았던 열광적 지지는 비판적 지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낮은 정치'를 말했지만, 사람들은 '틈새 정치', '타이밍 정치'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노원병 출마를 놓고는 '쉬운 길을 택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노 전 의원이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까지 일었습니다.
노원병 주민들의 반응도 썩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노원병을 우습게 보느냐?', '이 지역 현안에 대해 안 교수가 도대체 무엇을 아느냐?'라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거물급 정치인을 반기는 주민들도 있고, 여전히 안철수에 열광하는 10~20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는 안 전 교수에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제 안철수 전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습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안 전 교수 측 송호창 의원이 먼저 다리를 놨다고 합니다.
재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 빚을 진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안 전 교수의만남 요청을 거절할 수도, 또 거절할 이유도 없었겠죠.
두 사람의 얘기를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옷도 못 갈아입고 운동화도 그대로입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서울시장
- "정말 선거 운동 제대로 하시네요."
두 사람이 평소 만나 차 한잔을 마시든, 밥을 같이 먹든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그러나 한 명은 서울 시장이고, 또 한 명은 서울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한 터라 상황이 다릅니다.
특히 두 사람이 지역 현안을 얘기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두 사람 만남을 주선했던 송호창 의원은 회동 뒤 기자들에게 '안 후보가 노원병 지역 주민들과 만난 경험을 박 시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뉴타운 문제와 창동 지하철 기지 이전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는 겁니다.
물론 박 시장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역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후보가 막강한 정책 영향력을 가진 서울 시장을 만나 지역 현안 얘기를 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큽니다.
공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 후보를 직접 도와줄 수도 없겠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본 노원병 주민들은 안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뭔가 지역 현안이 풀리지 않겠나 막연한 기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만남을 안 후보 쪽에서 먼저 요청했다고 하니 혹여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낳을 법합니다.
'낮은 정치', '새 정치'를 꿈꾸는 안 전 후보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비판은 안철수 전 교수로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요?
정치신인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안 전 교수의 앞길에는 더 큰 시련과 비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련을 딛고 안 전 교수도 부활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여왕의 귀환만큼 안철수 전 교수의 귀환은 화려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