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교폭력 못 막는 CCTV '무용지물'
입력 2013-03-13 20:01  | 수정 2013-03-13 22:03
【 앵커멘트 】
이틀 전 친구들의 괴롭힘을 참다못한 15살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게 바로 이 학생의 유서인데요.
"CCTV의 사각지대에서는 아직도 학생들이 맞고 있어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교내 폭력을 예방하려고 학교마다 CCTV를 설치한 게 엊그제 일인데 이 학생은 왜 이런 글을 남긴 걸까요.
이성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서빙고동의 한 중학교입니다.

여느 학교처럼 교내에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건물 안에 넉 대, 건물 밖에 넉 대.

모두 8대의 CCTV가 24시간 작동하고 있지만, 모든 곳을 비추진 못합니다.

▶ 인터뷰 : 성덕현 / 서울 한강중학교 교장
- "교문과 운동장 사이 부분. 조금 끊겨 있잖아요. 끊긴 부분도 (CCTV로) 볼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지금 저는 학교 식당 건물 옆에 서 있는데요. CCTV에 제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건물 뒤로 숨으면 보이질 않습니다. 사각지대인 겁니다."

이번엔 인천의 한 중학교 CCTV 영상입니다.

오가는 차량의 모습은 보이지만 화질이 나빠 번호판을 읽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서울을 포함한 전국 4개 시도 1천7백여 개 학교에 설치된 CCTV 가운데 사람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성능의 기계는 3%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주변 장애물이 시야를 가리거나, 조명이나 역광 탓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지난해 감사원이 CCTV 성능을 개선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했지만, 아직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일부 교육청은 돈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아예 CCTV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교육청 관계자
- "교과부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거였으면 특별 교부비를 내리든가 했어야 하는 문제지 시도 교육청에 부담을 주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거 같거든요."

뒤늦게 청와대가 제대로 된 CCTV를 설치하게끔 하겠다고 밝혔지만, 운영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얼마나 빨리 시스템이 갖춰질지는 미지수입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

영상취재 : 배완호
영상편집 : 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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