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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 사건, 도 넘은 신상털기…누리꾼 문제만은 아니다
입력 2013-03-09 09:55 

최근 유명인의 ‘성(性)추문이 끊임없이 터지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신상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 넘은 신상털기 문제의 근원으로 ‘누리꾼을 꼽는다. 누리꾼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신상을 털어 제 2의 피해를 확산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리꾼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과 피의 사실에 대해 함구(緘口) 할 필요가 있는 ‘경찰도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누리꾼의 신상털기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유명인 사건 신상털기 얼마나 심한가=‘유명인이 연루된 사건의 신상털기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하지만 최근 박시후와 박준이 연루된 ‘성(性)추문에선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두 사건 모두 아직 결론 나지 않았지만, 박시후와 박준이 피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이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누리꾼은 이에 그치지 않고, 박시후가 과거 팬에게 조공을 받았다며 국세청에 고발을 하기도 했다. 또 박시후가 과거부터 ‘여색(女色)에 빠졌다, ‘삐끼 출신이라는 등 근거가 불충분한 과거까지 들춰냈다.

박준 또한 누리꾼의 신상털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심지어 미용관계자라 밝힌 이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준이 과거부터 ‘성(性)에 관해 문란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소문과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였다. 박준 뷰티랩 관계자는 근거가 워낙 불충분한 이야기라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청담점에 와서 분위기를 보면 그 말이 허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일어난 유명인 ‘성(性)추문 사건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건에 연루된 일반인도 신상털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누리꾼은 박시후를 고소한 A양이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었고, 클럽을 제 집 드나들 듯 다녔다는 등 무분별한 신상털기를 시작했다. A양 측은 A양이 유흥주점에서 일한 과거 전력을 후회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일반 회사에 재직 중인 A양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며 일단 피해자의 과거 전력이 그렇다면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것처럼 매도당하는 게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누리꾼 개인의 잘못만은 아냐…호기심 부추기는 언론·경찰=그렇다면 이런 도넘은 ‘신상털기는 진짜 누리꾼만의 잘못일까. 전문가들은 ‘신상털기를 하는 누리꾼을 부추기는 것은 사건을 추측·중계식 보도하는 ‘언론이라고 한다.
속보 경쟁을 하는 일부 인터넷 언론은 사실 관계 확인을 하지 않고 기사를 양산(量産)해 잘못된 정보를 생산 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잘못된 정보가 누리꾼의 호기심을 자극해 결국은 사건과 관련없는 ‘신상으로까지 관심이 옮겨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기사가 박시후에 비해 적은 박준은 박시후 보다 적은 정도의 ‘신상털기를 당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으로서 기능을 잘 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을 올바르고 깊이 있게 내보내는 것”이라며 언론 스스로가 보도를 하기 이전에 ‘이 내용이 사실인지, ‘이 내용이 사건과 관련있는지, ‘이것을 알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교수는 언론이 지금처럼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이야기를 중계식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건을 막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보도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언론만의 책임은 아니다. 피의사실을 함구할 필요가 있는 ‘경찰이 언론에 정보를 흘려 제 2의 피해를 부추긴 점도 있다.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말아야 할 경찰이 결론도 나기 전에 언론에 정보를 줘 피의자와 피해자 인권 보호가 되지 않은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피의자는 말 그대로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지,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피의자와 피해자 사생활에 관한 부분은 기자와 경찰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최대한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곽 교수는 현재의 구조 속에선 경찰이 출입 기자에게 정보를 줄 수밖에 없다”며 대변인 제도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그 자리에서 언론의 질문을 받아 ‘알 권리도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집단·물질주의 문화…연예인 천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신상털기 거들어=전문가들은 또한 누리꾼들이 ‘신상털기에 열광하는 것이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변질된 집단문화, 물질주의 등 여러 병폐(病弊)들이 맞물려 극단적인 ‘신상털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한국이 지닌 집단주의 문화는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비교하기를 즐긴다. 또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인의 불행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가 있다”며 이런 심리 속에서 ‘저 유명인이 더 망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근거 없는 비난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 대중이 유명인의 ‘신상털기에 집착하는 것에는 연예인을 천시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도 한 몫 거들었다. ‘연예인=막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해 그들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소장은 인간은 상대를 함부로 대하면 자기가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대중들은 연예인을 칭할 때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라며 ‘갑의 자세 속에서 ‘을로 인식한 연예인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극단적인 ‘신상털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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