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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만 흥행, 50만 실패…아이러니 영화계?
입력 2013-03-06 08:55  | 수정 2013-03-06 09:55

홍상수 감독의 14번째 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개봉 4일 만에 1만 관객(이하 4일 영진위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해와 올해 개봉한 소규모 개봉 영화 중 가장 빨리 1만 명을 돌파한 결과다. 매번 1억원 미만의 제작비로 영화를 제작하는 홍 감독의 전작들이 기록한 영화 관객수를 뛰어 넘는 것이라 관심을 끈다.
반면 신인 이원석 감독의 재치 발랄한 시도가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는 누적관객 50만 명을 간신히 넘었다. 메이저 투자배급사 중 하나인 쇼박스가 참여한 영화다.
누적관객 수로만 보면 ‘남자사용설명서가 더 많은 관객이 관람해 흥행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총 제작비 35~40억 원 가량이 든 ‘남자사용설명서의 투자대비 손익 분기점은 120~150만 명 선. 수익을 내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영화계에서는 ‘남자사용설명서를 실패작이라고,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흥행작이라고 여기고 있다.
두 영화는 흔히 말하는 ‘사이즈, 투입 제작비가 다르다. ‘남자사용설명서는 요즘 흔해진 100억 원 투입 대작까지는 아니지만,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비교하면 많은 지원을 받았다. 독립영화계에서는 관객 1만 명을 흥행 지표라고 보는데, 개봉관이 적기 때문이다. 상업영화 100만 명과 대등관계다. 그 때문에 ‘남자사용설명서가 더 실패작으로 보일 수 있다.

영화계는 대표적인 경쟁 사회다. 스크린 수가 매년 늘고는 있지만 그만큼 영화 수도 늘고 있어, 한정된 영화 상영관의 파이를 나눠 먹는다. 흥행이 잘 되면 다른 영화의 개봉관은 줄고, 관객의 관심을 받는 영화의 개봉관이 늘어난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관객들의 요구에 맞게 상영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남자사용설명서도 미온적인 관객의 반응에 멀티플렉스 상영관 숫자를 줄여 나가고 있다. 오정세ㆍ이시영의 완벽한 코믹 호흡이 웃음과 재미를 전해주는 영화인데 B급 정서가 짙어 호불호가 극명했다. 할리우드 첫 진출작을 내놓은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도 마찬가지다.
‘남자사용설명서 측은 더 많은 관객들이 봐줄 줄 알았는데 아쉽다”며 적은 수지만 아직 개봉 중이다. 극장 상영이 끝난 뒤 IPTV 등을 통해서도 개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달팽이의 별(1만9624명), ‘MB의 추억(1만4954명) 등 근래 들어 관객 1만 명을 넘어서는 독립·예술영화가 꽤 많아져, 이들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높은 관람 욕구가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용산참사 이야기를 다룬 ‘두 개의 문은 지난해 7만3613명의 관객을 동원해 독립영화계 최고 이슈작이 됐다.
독립ㆍ예술 영화가 영화계 한 자리를 잡아간다는 시각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관객이 들어설 벽은 너무 높다. 독립·예술 영화관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독립영화를 찾기란 과장돼 얘기하면 ‘하늘의 별따기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측은 개봉관이 적으니 이만하면 영화가 잘 된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더 많은 관객에게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작은 영화들은 한정된 시간과 장소에서만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집 앞 상영관이 아닌, 다른 곳까지 영화를 보러가긴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멀티플렉스는 독립·예술 영화를 지원하려 노력을 한다. 다양성 영화 전용관을 세운 것도 그런 뜻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재개관하고, 올해 1월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이 오픈하는 등 독립ㆍ예술 영화를 지원하려는 영화관이 늘어났지만, 그 편수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것이 사실이라 아쉬운 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앞서 영화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라스트 스탠드를 언급하며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는데 배우와 제작사, 스태프, 현장 등 조율할 것이 무척 많다. 그 곳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 관객 수가 적게 들었다고 낮게 바라볼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장르를 불문하고 만들어진 모든 영화를 존경한다며 1만명도 대단한 건데 관객 수가 적다고 얕잡아 보는 시선은 아쉽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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