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국회에서 보자"는 문재인, "죄송하다"는 안철수
입력 2013-02-06 11:37  | 수정 2013-02-06 17:00
민주통합당과 야권이 대선 패배 이후 진로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자, 다시 문재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지만, 야권을 다시 일으킬 사람 역시 두 사람이기 때문일까요?

먼저, 대선 패배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문재인 전 후보가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나온 모습을 MBN 신혜진 기자가 단독 포착한 영상부터 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
-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그래도 얼굴에 살이 많이 붙었죠. 아직은 인터뷰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조만간 국회에서 볼 수있는 거예요?) 네. 그렇죠"

며칠 전에는 부인과 함께 서울 구기동 자택 앞 눈을 치우는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와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MBN 단독 영상이나 트위터 사진 모두 문재인 전 후보가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은 아니지만, 대선 패배 이후 어떻게 지내나 다들 궁금하던 차에 나온 모습이라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 민주통합당 워크숍에서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문재인 전 후보가 진솔한 과오의 고백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터라 더더욱 그의 동정이 궁금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왔던 윤여준 전 장관은 '문재인 후보가 사생관, 다시 말해 죽을 각오로 대선을 뛰지 않았다'며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의원직을 던졌어야 한다는 겁니다.

MBN 취재진과 한 얘기를 보면 문재인 전 후보는 의정 활동을 계속할 모양입니다.

후보가 대선에서 패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외국으로 떠나는 모습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문재인 전 후보의 행동은 의아하게 비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이들은 1496만 표를 얻은 문재인 전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식사를 하면서 문재인 전 후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대선 패배에 대해 다시 사과할까요?

사과한다면, 무엇을 사과할까요?

민주통합당이 헤어나지 못하는 바로 그 고민을 문재인 후보가 풀어줄 수 있을까요?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의 말을 잠깐 듣겠습니다.

▶ 인터뷰 : 한상진 /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2월1일)
- "문재인 전 후보가 받은 1470만 표는 민주통합당의 귀중한 자산이라는 것도 나옵니다. 너무 자명한 것 아니냐고 말하던데 이 안에서 보면 당연하지 할 것 같지만 제가 가진 감각으로 일반 사람에게 이 질문 해보면 연령에 따라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1470만 표가 결단코 민주통합당 지지하는 표가 아닙니다. 민주통합당 지지해서, 문재인을 지지해서 온 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전 후보가 이 평가에 답을 내놓을까요?

문재인 전 후보의 건너편에는 안철수 전 후보가 있습니다.

대선 패배 소식을 당일 미국 공항에 도착해서 들은 안 전 후보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직접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를 통해 한 말은 "대선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에 대해 많이 느끼고 있다. 그것에 대해 지지해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죄송하다는 걸까요?

대선 패배에 대해 문재인 전 후보와 함께 책임이 있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이라는 조직이 없어서, 당 없이도 이길 수 있다고 오판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걸까요?

금 변호사가 전하는 말을 들어보면, 안 전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나서 귀국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그 방법이 신당을 비롯한 정치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4월이나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그런 조직적 힘을 바탕으로 선거에 나가는 측근들을 위해 안 전 후보가 직접 뛸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진로를 놓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안철수 신당'은 야권 지지자들에게 솔깃한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민주통합당은 펄쩍 뛸 일이지만 말입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안철수 전 후보가 악마의 유혹에 빠져 신당을 만들면 야권은 공멸한다'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대선 패배에 공동책임이 있는 안 전 후보가 딴살림을 차리면 도리가 아니라는 말도 나옵니다.

안 전 후보는 이런 비판과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설을 앞두고 문재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이름이 언론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정계 복귀가 임박한 듯합니다.

두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만날지,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정치적 동반자가 될지, 아니면 라이벌이 될지도 궁금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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