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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첩보물 ‘베를린’, 북한 이야기 실제였구나
입력 2013-02-04 14:16 

한국의 스파이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영화 ‘베를린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취재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류 감독은 MBC 50주년 다큐멘터리 ‘타임-간첩 편 연출을 시작으로 사실감 부여를 위해 오랫동안 사전 취재에 공을 들였다. 영화의 사투리 지도를 담당했던 실제 탈북민 선생과의 만남 등을 통해 ‘베를린을 탄생시켰다.

▲아이를 인질로 두고 해외로 떠난다는 북한의 현실!

영화 속에서 아내를 의심해 미행할 정도로 당에 충성심을 보이는 표종성(하정우)의 이야기는 실제 사전 취재에서 많은 도움을 줬던 북한말 선생의 이야기를 반영했다.
취재 당시 남편은 철저한 군인이었으며 목욕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시, 잘 때조차도 허리에 당증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전해 당에 충성심이 높았던 남편의 이야기에 대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여기에 해외로 일하기 위해 떠나는 부부들의 아이를 인질로 잡아둔다는 설정 또한 북한에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 이 같은 북한 정책과 아이를 두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생이별 현실을 상세히 전해들은 전지현은 어떻게 그런 일이 존재할 수 있냐”며 북한말 지도 선생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극중 표종성, 련정희(전지현) 부부처럼 남편과 아내가 함께 있고, 같이 움직일 수 있다면 그나마 행복한 일이라고.

▲당에 대한 높은 충성심으로 내 곁에 아내를 의심한다?!

지금의 중년 부부들이 결혼할 당시에는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결혼하는 일이 많았다. 연애 결혼 보다는 필요에 의한 정략결혼이 많았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부간에 알콩달콩한 사랑보다는 당의 지도와 명령에 따르는 것을 최우선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내가 행여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경우엔 본인도 같이 당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대비해 뒷조사나 미행이 이뤄지곤 한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북한 부부들간의 사랑에 있어서 믿음의 가장 두터운 끈은 바로 자식이다. 첫째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련정희와 하정우가 함께 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아이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동명수의 잔인한 독극물 주사는 사실 가장 단순한 방법!

동명수(류승범)가 사람을 죽이는 방법으로 등장하는 독극물 주사는 사전 취재 시 나온 북한의 대표적인 살생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은 워낙 생화학 무기가 발달해있어 독극물 주사는 오히려 60년대의 방법이며 지금은 쓰지 않는 수단이라고.
하지만 잔인한 살생 방법 중에서도 영화 설정상 가장 표현하기 쉽고 관객들이 납득하기 쉬운 독극물 주사 방법을 사용했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동명수의 캐릭터를 더욱 살리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동명수가 련정희 속옷에 도청장치 심은 사연은?

이 부분이 기획될 당시 도청 장치를 심을만한 곳으로 브래지어, 팬티와 같이 은밀한 곳은 물론 바지, 코트 등의 겉옷도 함께 고려됐다. 사실상 현재 시점에 북한의 군사적 장비들은 매우 발전했으며 과거에 사용하던 동전모양의 큰 사이즈 용품 대신 핀 모양의 날렵한 장치가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스파이 용품으로 위장용 동전 도청장치가 시판되고 있어 이를 사용하게 됐고, 폭신폭신한 촉감의 브래지어 속으로 감쪽같이 밀어 넣었다.

▲첩보 요원들의 요주의 활동 시간, 새벽4시!

극 중에서 동명수가 련정희를 납치한 후 표종성을 기다리면서 새벽 4시에 그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새벽 4시는 북한은 물론 감시 체계를 운영하는 국가들 모두가 사용하는 시간대. 이 시간대는 일어나고 싶어도 몸이 반응하지 못하는 시간대로 북한 사람들이 누군가를 체포 혹은 도주할 때 흔히 사용하는 시간이다.
실제 사전 취재 당시 북한말 선생은 북한을 도주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며 두만강을 건너는 경우에도 이 시간을 철저히 노린다고 전했다.
‘베를린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최고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사상 초유의 미션을 그린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다.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등이 힘을 실었다. 4일까지 220만여명 넘게 관람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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