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대선 패배' 문재인 책임인가? 안철수 책임인가?
입력 2013-02-04 12:01  | 수정 2013-02-04 18:09
지난 주말 민주통합당의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당의 진로를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는 여전히 패배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했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실망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이날 워크숍에 문재인 전 후보와 이해찬 의원, 한명숙 전 대표 등 친노 핵심들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왜 불참했을까요?

정말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무엇이었고, 누구의 책임이었을까요?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워크숍에서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한상진 /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2월1일)
- "문재인 전 후보의 인품이 훌륭하다고 많은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그분 지도로 선거캠프가 꾸려졌고 운영됐고 그 과정에서, 그분이 알았든 몰랐든, 결과적으로 민주통합당에 속해있는 많은 분이 소외됐고, 충격받았고, 모멸감 느꼈다고 할까요? 문재인 전 후보는 다시 한번 보시고 대선 패배에 대해 어디에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 냉정하게 파악해서 선거운영체계에서 민주당 뭉치는 저해 요소 있었다면 자기 고백하고 어떤 의미에서든 용서 구하는 모습 보이면 큰 효과 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전 후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대선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면 용서 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얘기는 또 다른 말로는 문 전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렸던 친노 세력이 책임지라는 말로도 들립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전 후보와 친노세력이 한 위원장의 말처럼 '내 탓이오'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말은 다릅니다.

선거 기간 내내 비주류 측이 친노와 비노를 구분 지으며 공격하고 지도부 흔들기를 한 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경협 / 민주통합당 의원(2월1일)
- "선거운동 기간에 친노 퇴진, 이해찬-박지원 퇴진 등 이러면서 컨트롤 타워 부재까지 이어졌던 과정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실패로 당내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 강령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실패했다고 한다면 강령을 바꾸든지, 아니면 그런 말을 말아야 합니다. 당 강령 안에서 지켜야 할 선 필요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얼마 전 민주통합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안 전 후보를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규정했습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안 전 후보 역시 대선 패배에 공동책임이 있다며, 정치를 하려면 개간보다는 옥답을 개척하는 게 낫다'는 말도 꺼냈습니다.

다시 말해, 안철수 전 후보는 민주당 밖에 머물면 영원히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될 것이라고, 민주당 안으로 들어오면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당 비대위가 친노 세력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은 문재인 전 후보에게도 있지만, 안철수 전 후보 역시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인식이 민주당 내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대선 패배의 원인과 안철수 전 후보의 진로를 놓고 생각이 서로 다른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과 안 전 후보는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까요?

한상진 위원장은 먼저 민주통합당이 잘못을 인정하고 나서 안 전 후보에게 손을 내밀라고 말했습니다.

한상진 위원장의 평가를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한상진 /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
-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을 꼭 쥐고 선거 승리하겠다는 욕심이 결과적으로 실패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미래 위해서도 대선 평가 작업 위해서도 민주당을 이끌어오신 분들이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잘못됐는가, 어떤 과오 있었는가, 어떤 상처 있었는지, 정말 정직하게 살펴보고 그것에 대해 '내 탓이오' 하고 그다음 같이 손잡고 할 수 있는 가능성 모색하는 길을 열어가는 길이 순서가 아니겠느냐 합니다."

비대위는 일단 한 위원장의 평가를 냉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
- "혁신과 새 정치는 모든 특권과 기득권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국민 뜻을 제대로 받아들기 위해 필요한 것만 빼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 쪽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안철수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정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조직을 만들긴 하겠지만,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 전 후보는 어떤 결심을 갖고 국내로 돌아올까요?

분명한 건 민주통합당이 여전히 외부 변수인 안철수 전 후보를 쳐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주류든 비주류든 여전히 앞으로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하면 당권을 잡을까 그 궁리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내 탓'이 아닌, '네 탓'만 하는 민주통합당의 표류는 언제 끝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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